석탄은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끈 핵심 에너지원이다. 250여년이 지난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석탄 에너지 수요는 지구상 전체 1차 에너지 소비 중 28%를 차지하며 석유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현대 사회에서 석탄은 화력발전소 핵심 원료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 전체 발전량의 40% 이상을 석탄화력발전소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에겐 여기서 사용하는 발전용 석탄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 발전용 석탄 수입량은 2009년 7500만톤에서 2010년에는 9000만톤으로 급증했다. 2011년에는 1억톤을 돌파하며 일본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석탄 수입국 자리에 올랐다.
최근엔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 석탄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이기도 한 중국은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2011년 기존 세계 최대 석탄 수입국 일본을 제치며 석탄 수입 세계 1위에 올랐다.
석탄은 발열량과 수분 함량 등에 따라 역청탄과 같은 고등급 석탄과 아역청탄·갈탄 등 저등급 석탄으로 구분된다. 국내 발전용으로는 대부분 고등급 석탄을 사용하는데 중국과 인도의 개발정책으로 고품위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화력발전소를 위한 고품위 석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가 어려워졌다. 저등급 석탄의 대표 격인 갈탄은 가채량 5000억톤 규모로 세계에 많은 양이 분포돼 있다. 가격 또한 저렴해 이용률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등급 석탄은 수분 함량이 많고(30~50%) 열량이 낮은데다 자연발화 가능성이 높아 발전용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또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급증하는 문제점도 있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은 저등급 석탄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로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고등급 석탄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등급 석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대표적 방법은 건조기술이다. 석탄 건조기술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화력발전소에 적용한다면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성공적인 상업용 규모의 적용은 놀랄 만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은 갈탄 수분 함량을 38%에서 29%로 낮추고 발열량은 3400㎉/㎏에서 3900㎉/㎏으로 높여 플랜트 효율을 4% 증가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저등급 석탄을 건조와 수분 재침투 방지로 열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발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석탄 고품위화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전력 발전회사들은 중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호주 등 해외 자원개발 진출을 통한 자주개발물량을 확대해 에너지 수급 자립기반을 마련하고 석탄의 안정적인 수급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27년까지 국내 석탄 화력발전소를 12개 증설해 1580만㎾로 늘리는 내용의 제6차 전력수급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 기간에 늘릴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석탄에너지로 채우는 것이다. 갈수록 전력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에너지 사용을 현저하게 줄이는 것이지만 매장량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한 고수분 저등급 석탄을 고품위·고부가가치화하는 기술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황주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joohowhang@kier.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