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청소년이여, 2016년 선거를 기다리자

박근혜 당선인의 화두 `국민 대통합`에 어긋나는 제안을 하나 하겠다. 새로 투표권이 생기는 청소년은 오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기다리자. 기성세대의 잣대로 판단해 각종 청소년 규제를 남발하는 정치인을 심판할 기회다. 2020년에도, 2024년에도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사람 누구나 과거 자신을 불합리하게 옭아맸던 정치 세력이 누구인가를 기억해야 한다.

청소년이 잊지 말아야 할 대표적 사례가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17인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이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이용 금지하는 셧다운제 시간을 현행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로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사실 2011년 11월 시행한 첫 번째 셧다운제를 약간 확대한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을 `마약`으로 생각하고 청소년의 일상은 가정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 일부 정치인에게 셧다운제 시간 확대는 당연한 후속 조치다.

물론 청소년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가뜩이나 학원 끝나고 부랴부랴 집에 와도 1시간 게임하기조차 녹록치 않은데 10시부터 셧다운제가 시작하면 아예 물 건너 간 셈이다. 하루의 피로를 게임 한 판으로 씻으려는 청소년의 기대도, 자녀와의 대화를 위해 게임을 함께 즐기려는 부모의 바람도 모두 원천봉쇄된다.

18대 대선은 20·30대와 50대 이상이 180도 다른 지지율을 나타냈다. 앞서 실시한 19대 총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대마다 지지하는 정치 세력에 표를 던졌지만 청소년은 예외다.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의견도 묵살됐다. 표가 없으니 정치인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셧다운제를 지지하지 않는 한 국회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왜 본인의 의견을 선명하게 밝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대놓고 반대합니까?”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가 직접 나서는 일이 적을수록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라고 말했다. 가정에서 대화로 해결해야 할 자녀의 게임 시간을 국가에 떠넘기는 부모의 무책임함이 실효성 없는 셧다운제를 지탱한다.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은 더욱 힘을 받아서 각종 청소년 규제를 내놓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민주 사회에서 정치세력화는 당연한 권리다. 다시 한 번 부탁한다. 24시간 학원 수업은 허가하면서 청소년 규제를 남발하는 정치 세력이 누구인지 스스로 판단하자.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청소년 규제를 잊고 정치 참여에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면 그대들의 동생, 더 나아가 자녀들은 여전히 기성세대가 짠 규제의 틀 속에서 허덕일 게 분명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