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지급결제(Mobile Payment) 시장의 최종 승자는 금융사, 이통사가 아닌 유통사업자(Retailers)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27일 유럽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의 `모바일 지급결제의 미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새 지급결제수단으로 급부상한 모바일 지급결제 수단의 성공여부는 유통현장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통사들이 모바일 지불결제 수단을 수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모바일 금융 결제 기술의 성패가 결정 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최근 모바일 결제에 있어 금융사보다 오히려 유통사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의 MCX(Merchant Customer Exchange)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월마트, 시어즈, 던킨도너츠, 세븐일레븐, K마트, 베스킨라빈스, CVS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40여개 대형 유통사들은 모바일 결제를 전담할 공동회사 MCX를 설립했다.
도이치뱅크는 이들 리테일러연합이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에서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다 진단했다. MCX진영은 구글 월렛(전자지갑)이나 AT&T 등 통신사가 결성한 ISIS 월렛 수용을 거부하고, 독자 지급결제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우리나라 또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소 부진하지만 홈쇼핑과 대형 할인마트 등이 독자적 모바일 결제플랫폼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보고서는 금융사들의 모바일 지급결제 플랫폼 종속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적인 금융 관련 기술, 플랫폼 도입에 있어 과거에는 금융사가 기술 수용을 안 하면 그만이었지만 스마트기기 중심의 모바일 환경에서는 이 같은 성향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래 황금밭인 모바일 지급결제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굴까.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도, 유심 칩을 통해 거래 플랫폼을 쥐고 있는 이통사도, 고객 계좌를 움켜쥔 금융사도 아니다. 바로 아이스크림과 도너츠를 팔고, 소비자의 장바구니를 움켜쥔 대형 유통사가 될 것이다.”
도이치뱅크가 내다본 지급결제 시장의 미래다.
이 변화의 바람은 우리나라에도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금융사들의 전통 채널이 붕괴되고 있다.
2006년부터 2011까지 영국 은행 지점 중 5525(19.8%)곳이 문을 닫았다. 독일도 6.6%의 은행지점이 감소했다. 은행 창구에 내점하는 고객수가 현저히 줄었다. 우리나라도 은행 1개 점포당 상주 직원수가 지난 2009년 대비 30%이상 줄었다. 창구를 이용한 대면 이용 고객수도 3년간 약 40%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뱅킹이 이를 급속 대체해갔다.
미래 모바일지급결제 시장에서 금융사가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렵고 결국에는 다른 플랫폼사와 합종연횡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와 제휴할지, 어떤 플랫폼을 가져가야 할지 하나하나가 의사결정 리스크다.
우리나라도 이통사, 스마트폰 제조사, 은행과 카드사들이 앞다퉈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협력체제에 눈치 보기만 지속하고 있다.
결국 모바일 지급결제에 대한 명확한 수익모델이 부재하고, 경쟁자로의 기술과 정보 유출을 꺼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전략적 제휴에 있어서도 국내 금융사들은 많은 문제점을 보인다. 대부분 일회성 프로모션이나 이벤트에 그친다. 단기 수익 개선과 가입자 숫자에 눈멀어 장기적인 기술 전략과 파트너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는 “고객은 스마트 금융 서비스를 통신사나 플랫폼사로부터 받기 보다는 주거래 은행, 카드사에서 받기 원하지만, 이 요구를 금융회사들이 100%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