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 유통 업체들이 가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소수 대기업 위주로 고착화된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벗어나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W사 등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 유통 전문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가전 업체의 협력사와 공용 부품 공급을 협의 중이다. 가전 시장 진출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다품종 소량 생산 품목인 자동차 부품은 재고가 많아 마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부품 유통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근래 급성장한 가전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력 품목은 소켓·터미널·커넥터·콘덴서 등 단자 부품이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TV, 세탁기 등 대다수 가전 제품에도 탑재되는 공용 부품이다. 그러나 자동차와 가전기기는 모델 수명과 수요에 차이가 있어 지금까지 부품 유통 업계는 크게 자동차와 가전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기기를 중심으로 가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동차 부품 유통 업계는 가전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제품군이 다양해지면서 짧은 모델 수명에 따른 물량 감소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유통 업체들은 완제품 업체보다는 상대적으로 제품 홍보가 쉬운 제1 협력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혈안”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유통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가 발주한 부품을 국내외 시장에서 구매한 후 납품한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부품 조달량이 최소발주수량(MOQ)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수만∼수십만 개에 이르는 재고를 고스란히 중간 유통 업체가 떠맡게 되기 때문이다. 재고 보관을 위한 창고 구축과 관리 비용은 영세한 유통 업체로서는 부담이다. 언제 다시 같은 부품을 발주할지도 미지수다. 국내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는 현대모비스 등 소수의 대기업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어 원가 인하 압박에도 시달린다. 자동차 부품 유통 업체들이 가전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유통 업체들은 자동차 시장에서 제살 깎아 먹기 식 판가 인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가전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