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네트워크` SDN시대, 한국도 열린다!

`꿈의 네트워크`로 불리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시대가 우리나라에도 열린다. 정부가 올해부터 연구개발(R&D)에 80억원을 투자하면서 실제 적용 사례가 처음 등장할 전망이다.

SDN은 스위치, 라우터, 전송 등 네트워크 장비의 두뇌에 해당하는 제어부를 소프트웨어(SW)로 바꾸는 것이다. 네트워크 사용용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SW 설계가 가능해 특정 기업에 최적화한 맞춤형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다. 네트워크 자원 활용도도 크게 높아진다.

SW가 장비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시스코 등 특정 글로벌 장비 회사가 장악한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독점구도도 무너진다.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중국 휴대폰업체가 손쉽게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듯 네트워크 시장에서도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한국에서도 SDN 커뮤니티 `오픈플로우코리아`가 지난해 개설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SDN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80억원 규모 R&D 시작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80억원 규모 SDN R&D를 시작할 계획이다. 두세 과제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가 발족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축으로 통신사, 네트워크 장비 업체 참여가 폭넓게 이뤄진다. ETRI는 5세대 이동통신과 SDN을 결부시켜 코어망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본격적인 R&D가 시작되며 연구계, 시장에 기대감이 팽배하다. 김봉태 ETRI 박사는 “올해가 우리나라 SDN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도 SDN이 다소 척박한 국내 네트워크 산업 생태계를 선순환시킬 수 있는 기회로 본다. 양선희 ETRI 미래인터넷플랫폼연구팀장은 “트래픽 양상이 복잡, 대형화되며 효율적인 망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SDN이 이런 요구에 부응해 시기적절하게 뜨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해외는 이미 상용화…한국은 걸음마

구글은 2012년 원거리네트워크(WAN)에 SDN 기술을 적용하면서 최근 망 활용률을 100% 가까이 끌어올렸다. 아직 SDN을 적용하지 않은 우리나라 통신사 망 활용률이 40~70%에 불과하다. 일본 통신사 NTT 역시 SDN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센터 간 네트워크 연결 시간을 기존 5일에서 수분 내로 단축했다.

IDC에 따르면 2015년까지 SDN에 영향을 받는 네트워크 시장은 40조원 이상 규모다. 이는 전체 네트워크 시장의 30% 이상으로 예상 연간 성장률은 2016년까지 145.5%에 이른다.

국내엔 아직 SDN 적용사례가 없다. 통신사가 서서히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해 오픈플로 종합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오픈플로는 SDN의 대표 프로토콜이다.

KT 관계자는 “SDN은 고객 중심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한 네트워크 인프라 핵심 기술”이라며 “관련 연구개발 조직 확장과 역량 강화해 핵심 기술 내재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DN 벤처 도전 러시…생태계 조성 과제

생태계 구조에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국내 네트워크 기술로 창업한 사례는 최근 2~3년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신생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박성용 연세대 연구교수가 창업한 쿨클라우드는 최근 빅스위치 등 해외 유력회사와 견줄 만한 SDN 방식 컨트롤러 개발을 최근 완료했다. 지난해 한국인들이 주축이 돼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아토리서치는 상반기 내 보안기능이 강화된 SDN 컨트롤러를 선보일 계획이다. 박 교수는 “접근방식을 다르겠지만 SDN은 이미 꺾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기술 기반으로 안정성 높은 솔루션을 개발하면 신생업체도 시장가치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 엔지니어들의 관심도 뜨겁다. SDN 커뮤니티 `오픈플로우코리아`는 지난해 6월 개설 이후 반년 만에 600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대부분 통신사와 중소 통신장비 업체 실무자들이다. 오픈플로우코리아를 이끄는 류기훈 DMX코리아 이사는 “국내 네트워크 인력 풀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라며 “그만큼 SD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SDN 기술확보와 적용이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한 연구기관의 네트워크 전문가는 “시장에서 완성됐다고 하는 솔루션을 보면 아직 허점이 많은 것이 사실”며 “과장된 기대감이 R&D, 시장적용 사례 같은 실제 성과를 앞질러 김을 빼버리는 우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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