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은 길고, 직장은 짧고…대학생의 승부수?

대학생 3명 중 2명 "창업 의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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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은 길어지는데 직장생활로 돈 벌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집니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장인성 고려대 생명공학부 4년) “최근에 뭐(창업)해서 성공했다는 얘기가 좀 들리는 것 같아요. 이런 말을 들으면 관심이 더 생깁니다.”(김성훈 연세대 경영학과 3년) “`대박`이 나기도 하니까 (창업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는데 `보여주기 식`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신하은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2년)

대학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벤처거품(버블)이 일시에 제거된 후 급격히 줄었던 창업 관심이 확실히 살아났다. 취업난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스마트 혁명과 정부의 과감한 창업 지원이 한몫을 했다. 이는 전자신문이 오픈서베이와 공동으로 지난주 대학생 600명(남학생 300명, 여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창업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관련기사 00면

창업 관심도를 물었더니 전체의 64.7%가 `관심 있다`고 답했다. 대학생 3명 중 2명이 창업 의향이 있는 셈이다. 성별로는 남학생이 67.7%였으며, 여학생도 61.6%로 높았다. 창업이 대학생 사이에서 보편화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00년 전후 강단에서 창업 희망 학생이 150명이었다면 2000년 중후반 그 수가 5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던 이민화 KAIST 교수는 “요즘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전했다.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양하다. `적성(독립·자유로움)`을 꼽은 비중이 30.3%로 가장 높았다. `경제적 풍요`(28.6%)도 높았다. 취업이 어려워 대안을 창업에서 찾는 비중도 22.7%였다. 반면에 `주변의 권유`는 1.1%로 극히 낮았다.

대학가를 찾으니 “취업이 힘드니까 생각해 봤다” “취업하려고 스펙을 쌓다 보니 취업 연령만 높아진다”며 취업난 탈출구로 창업을 택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창업을 꺼리는 학생은 그 이유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31.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창업자금 부족`(30.2%), `평범한 직장 선호`(25.9%) 등과 비교해 높았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지난 2000년 벤처 붐 당시 실패자에 대한 기억이 남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 청년 창업 활성화 과제엔 가장 많은 28.2%가 `실패 후 재기 가능한 환경 구현`을 들었다. `창업 자금 확대`(22.0%) `창업 컨설팅(멘토링) 지원 확대`(19.8%) 등과 큰 폭의 차이가 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창업 분위기가 지속적인 정책 지원으로 개선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초기 투자 위험이 많아 이의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수 대학생 창업자에게 금융권 융자가 아닌 연구개발(R&D) 자금과 같은 정부 출연을 제안했다.

박소영 연세대 창업지원단 팀장은 “창업을 시도하는 학생 수도 많이 늘었고 과거엔 학생 때 창업했다가 졸업하면서 취업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졸업 후에도 사업을 지속한다”며 “약 3년 전부터 정부 지원제도가 좋아져 창업 여건이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창업 관심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는 다소 의문이다. 한 대학생은 “창업에 관심을 가진 친구도 막연한 흥미 정도로 정부 지원금을 받고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고, 또 다른 학생은 “관심을 가지는 학생은 많지만 창업에 매진하는 사례를 별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주아·김도현 대학생 인턴기자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