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계 전략 변화 불가피
민족 감정 악화로 중국 판로가 제한된 일본 자동차 업계가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시장 전략 변화가 예상된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은 14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오토쇼)에 참석해 “향후 중국 투자계획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해 파장을 불렀다.

곤 회장은 “지금까지 결정한 투자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하겠지만 향후 진행될 투자 건은 양국 관계 회복에 달렸다”면서 “양국 간 완전한 관계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간 영토분쟁 탓에 지난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닛산 20%, 혼다 30%, 도요타 16%가 각각 줄어드는 등 일본 자동차 업계가 중국에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다카노부 이토 혼다 CEO 역시 이날 “중국과 일본 정부가 양국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차 업계는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짐 렌츠 도요타자동차판매 미국법인장은 “지난해보다 6% 늘어난 220만대를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쓰오 이와무라 혼다 부회장 역시 “지난 2007년 기록한 미국 시장 최대 판매량 155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일본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달러당 78엔이던 것이 현재 89.5엔까지 떨어졌다. 도요타의 경우 렉서스와 프리우스를 대부분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어 엔화 약세는 수출에 도움이 된다. 도요타는 올해 미국 전체 자동차시장 규모가 지난해 1450만대보다 늘어난 1470만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연구원은 “엔저를 앞세운 일본업계의 미국시장 공세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위협 요인”이라며 “하지만 중국 시장이 더 크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면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1940만대에서 210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차가 떠난 중국 시장의 빈자리를 미국과 유럽 회사들이 적극 공략하고 있다. 밥 소시아 GM 차이나 사장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284만대를 판매해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수입차 1위를 차지했다”면서 “올해 점유율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맨리 지프 CEO는 “크라이슬러가 지프 브랜드를 중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광저우 자동차그룹과 합작회사를 세우고 중국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승인이 나면 2년 안에 중국 내 판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북미국제오토쇼에서 프리미엄 스포츠세단 콘셉트카 `HCD-14`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 미국 디자인센터의 14번째 콘셉트카인 HCD-14는 4도어 패스트백 스타일로, 현대차가 나아갈 프리미엄 차량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한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