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완제품 위주의 산업 무게중심을 소재·부품·장비 등으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 후방 산업을 고도화함으로써 완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산업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세금 감면·저리 융자·보조금 등의 각종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연구소를 거점으로 기술 이전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업체에는 관세 등 불이익을 줘 자국 내 설비 투자를 유도하거나 합작사를 세우도록 하고 있다. 자국 기업들이 기술 및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 내 세트 업체들이 자국 소재·부품·장비를 구입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범정부 차원의 이 같은 노력은 근래 `차이나 인사이드` 효과로 이어졌다. 차이나 인사이드는 완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부품·장비 중간재 중 중국산 제품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0년 미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소재·부품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LCD, 공작기계 등 부품·장비외에 폴리실리콘 등 소재 산업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BOE와 GCL폴리는 각각 LCD,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세계 톱5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은 위협적이다. 하이센스·스카이워스·TCL·창홍·콩카·하이얼 중국 6대 TV 기업은 내수 시장 70~8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LCD·폴리실리콘 산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던 것도 급격히 늘어난 중국내 생산 능력이 진원지다.
중국 소재·부품·장비 기술 향상은 결국 완제품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중국 건설기계 업체 싼이중공업은 표준화된 저가 부품으로 휠로더와 저가형 소형 굴삭기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혼다는 태국 자동차 공장을 건설할 때 중국 공작기계를 사용하기도 했다. 중국은 현재 세계 공작기계 1위 생산국 지위를 거머쥐었다.
차이나 인사이드는 우리나라 수출 및 산업에 이미 직격탄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소재·부품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은 60~70% 수준에 달한다. 장비 수출 중 중국 비중은 20%대로 추산된다. 대중 수출 감소의 한 원인으로 차이나 인사이드가 꼽히는 이유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조차 중국산 소재·부품·장비 조달 비중을 늘리고 있다. 중국 진출 기업이 국내에서 수입한 소재·부품·장비 비중은 지난 2005년 40%에서 지난해 20%대로 급감했다. 김형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아직은 중국, 대만에서 수입하는 부품이 기술 평준화된 품목들에 머물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부가 시장으로 신속히 전환해 중국과 경쟁을 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