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 있으면 창업(사업자등록) 전이라도 이용 가능한 자금 규모를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예비창업자 예측 가능성을 높여 청년 등 자금력이 취약한 계층의 창업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부당국·기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기술보증기금(기보)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예비창업자 사전보증제도` 시행에 합의했다. 1분기에 제도를 만들고 이르면 4월 시행한다.
제도는 예비(잠재) 창업자에게 정부가 이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미리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홍원우 기보 창업지원부 팀장은 “예비창업자가 창업 후 확보할 자금규모에 관심을 보이지만 지금까지는 사업자등록 후에나 가능해 돌려보냈다”며 “제도 시행으로 예비창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제도가 창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감했다.
제도 시행을 위한 평가기준 등을 1분기에 만든다. 평가는 사업계획서를 보고 이뤄진다. 실체(기업 현장)가 없는 만큼 심사요건을 대폭 줄일 전망이다. 사업계획은 실현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지원 규모는 창업기업과 마찬가지로 최고 30억원이 될 전망이다. 또 예비창업자가 일정 기간 이내 사업자등록 등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실현(사업자등록) 시점에 자금지원(보증)이 이뤄진다. 기보는 사전보증제도 도입에 맞춰 기업 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성공 벤처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창업기업에 전수한다.
`미투(Me Too·나도)`가 창업 남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최근 1~2년 스마트혁명과 함께 청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창업이 활기다. 참신한 아이디어도 있지만 상당수 모델은 기존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이른바 미투 서비스다.
위치기반서비스(LBS) 검색서비스 앱이 대표적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차별성이 눈에 띠지 않는다. 앱 개발이 단기간에 이뤄져 확산해야 하는 만큼 특허 등록 등 저작권 확보가 안 돼, 상대적으로 벤치마킹에 취약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공멸을 우려한다. 시장에서 통하는 서비스는 몇 개에 불과해서다.
이 제도로 사업자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미리 점칠 수도 있다. 기보가 사업의 미래 실현가능성을 제대로 예측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예컨대 기보의 사전보증제에 통과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를 접거나 다른 모델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 방식과 이와 유사하다. 미국에선 아이디어(사업계획서)로 엔젤(개인)투자자를 찾아가 검증받는다.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자금을 확보하는 구조다.
여기에서 자금 확보에 실패하면 사업을 접고 다른 모델을 찾는다. 이것이 `실패 후 재도전`이다. 두세 번 실패한 기업가의 성공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이유다. 기보가 철저한 검증능력을 갖춘다면 아직 미미한 엔젤투자시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전인오 호서대 창업지원단장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중요하다”며 “각 분야 전문가가 평가에 참여해 잠재력 있는 비즈니스를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좋은 모델이 사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