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품 업체의 삼성·애플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이들 양대 업체는 지난해 글로벌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부품업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 시장 쏠림 현상이 지나쳐 국내 부품 산업 체질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종합 부품 기업인 삼성전기·LG이노텍 조차 지난해 스마트 기기 의존도가 높아졌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7조8000억원 매출로 전년보다 30%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이 성장을 견인했다. 3년 전만 해도 약체였던 OMS사업부(카메라모듈·진동모터)는 ACI사업부(기판), LCR사업부(MLCC)를 제치고 지난해 최대 주력 사업으로 성장했다. OMS사업부장인 홍사관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반면 TV 비중이 높은 CDS사업부는 한 자릿수 성장률에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1.4%포인트 떨어졌다.
LG이노텍은 지난해 5조2000억원 매출로 전년 대비 14%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 아이폰5에 카메라모듈 등 부품을 납품하면서 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5.1%나 늘었다. 카메라모듈을 포함한 광학솔루션 사업부 매출은 전 분기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한때 주력이었던 D/N 사업부는 지난해 분기마다 매출이 급감했다. 4분기 LG이노텍 파워 매출은 전 분기보다 4.7% 줄었고, 튜너는 4.6%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 부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사상 처음 연 매출 1조원 돌파를 노리는 인터플렉스·인탑스·파트론·대덕전자 등 업체들은 대부분 스마트 기기 시장에 집중했다. 스마트 기기 부품 시장에 진입 못한 기업들은 매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일본 업체들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스마트 기기용 부품 시장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 업계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걱정하는 이유다. 일본 자민당은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수출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세트 및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이미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지만, 수동칩·인쇄회로기판(PCB) 기업은 여전히 탄탄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무라타·이비덴 등 부품 업체는 최근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TDK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강세, 엔화 약세 추세는 체질이 허약한 국내 부품 산업계에 예상치 못한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부품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스마트 기기 시장 의존도를 점차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