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48>끝은 끝에만 있다!

끝에 가보면 끝을 만날 수 있지만, 그 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을 알리는 시작일 뿐이다. 시작하면서 끝을 생각하거나 상상할 수 있지만 끝에 도착하는 유일한 방법은 몸을 움직여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끝은 끝에만 있다. 처음부터 끝이 훤히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끝도 끊임없이 가다보면 만날 수 있다. 100m 달리기를 하는 사람의 끝은 100m 지점에 있고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의 끝은 42.195㎞ 완주 지점에 있다.

남극에서 일정한 지점을 정해놓고 탐험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끝은 자신이 출발하기 전에 정해놓은 위도와 경도 어느 지점에 있다. 사막을 달리는 사막 레이서에게 끝은 출발하기 전에 정해놓은 사막의 어느 지점에 끝이 있다. 끝을 아는 유일한 방법은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끝만 생각하고 달린다. 사실 끝에 도착해보면 끝까지 오는 여정에서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감동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목표했던 끝에 도달하면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가보고서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삶은 무수한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여정을 반복하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다.

대나무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중간 중간에 매듭을 맺는다. 대나무에게 매듭은 어느 시점에서는 끝이지만 그 끝에서 또 다른 성장을 시작한다. 끝은 또 다른 성장을 시작하는 출발점일 뿐이다. 몇 개의 매듭을 맺어야만 대나무 성장을 멈출 수 있는지 알 수 없듯이 사람도 어느 정도의 끝맺음을 반복해야 무엇인가를 완성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진정한 끝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미완성의 연속인지 모른다.

끝은 최종 목적지에 존재하는 물리적종착역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또 다른 출발점이다. 끝에서 또 다른 목적지로 언제나 새롭게 출발하기에 끝은 수많은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이다. 끝을 향해 출발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끝에 도달할 수 없다. 끝까지 가보지 않고 끝을 향해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끝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면 영원히 그 끝에는 도달할 수 없다. 끝은 끝까지 가봐야 만날 수 있다. 그 끝에서 가슴 뛰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오늘도 끝을 향해 출발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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