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북아시대]전환기에 선 동북아 국가들

새해 국제사회는 전환기의 에너지가 곳곳에서 터져 나와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야하는 필연적 운명을 맞았다.

우리나라를 끝으로 중국과 일본, 러시아, 미국, 그리고 북한에 이르기까지 6자 회담국 모두가 권력을 교체했거나 집권 2기 체제를 가동했다. 우리나라와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이들 주변국이 그려낼 새 질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기업의 미래도, 우리 국민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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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8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 18차 전국대표대회 모습.

이 같은 변화의 큰 흐름 가운데 동북아를 다시 조망하는 이유는 새 국제질서의 중심축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함께 국제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강대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은 오는 3월 시진핑 공산당 서기를 국가주석 자리에 올리면서 `대국굴기`의 10년을 시작한다. 외교의 축을 아시아로 옮기겠다(Pivot to Asia)고 천명한 미국과 아시아의 새로운 맹주 중국이 충돌할 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러시아 등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심화되는 경제 위기를 내세워 중국을 상대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통상압력을 높이는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됐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화웨이·ZTE 등 급부상하는 중국 통신장비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국가안보위협 혐의를 내세워 제재의 목소리를 높였던 미국 하원의 보고서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 기업이 커지면 삼성-애플의 특허전쟁 같은 사례가 중-미 간에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웃소싱의 전진기지로 여겼던 중국에 대한 입장도 변화했다. 자국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 정책도 최우선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주요 2개국(G2)이 된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를 친구이자 적이라는 의미의 `프레너미(frenemy=friend+enemy)`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자국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국책은행 융자 등을 투입해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지원하고 나섰다.

화웨이는 최근 노키아의 고향 핀란드에 모바일 기기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약 1000억원을 투입해 노키아 출신 인재를 영입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집중 개발하기로 했다. ZTE는 최근 미국 협력업체에 약 322억원을 투자, 차세대 통신기술을 함께 개발한다고 밝혔다.

새해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터뜨릴 인수합병(M&A)과 공격적 투자를 예의주시해서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새 내각이 들어선 일본은 신동북아시대 또 다른 변수다. 우경화로 표현되는 아베 내각의 행보가 과거사 규명과 영토 문제로 얽히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 어떤 불똥이 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반일(反日) 감정이 폭발해 중국내 일본 기업에 대한 테러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의 사례를 본다면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의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 역시 양국 관계를 규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우리 기업이 치열한 추격전 끝에 승리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등의 산업에서는 일본의 재기 몸부림을 예의주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만 팍스콘의 모회사인 혼하이그룹이 일본 샤프와 제휴하고 일본에 1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R&D센터를 짓기로 한 것 등은 새 합종연횡의 신호탄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산업계도 치밀한 대응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를 견제하는 미국, 급부상하는 중국, 재기를 위해 사활을 건 일본, 틈새를 노리는 대만 등 새 동북아 질서에 대응해 정치, 외교, 경제, 산업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복잡한 경우의 수를 준비해야할 때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경제는 이제 고도성장기를 마감하고 안정성장기로 이행하고 있다”며 “한국이 계속 중국 특수를 유지하려면 기술격차를 벌려 한국산 제품을 지속적으로 찾도록 해야하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소구할 수 있는 제품력과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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