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이 화려한 눈꽃으로 단장되는 계절이 왔다. 눈꽃 단장한 겨울산은 단풍으로 물든 가을산과는 달리 순백의 매력을 발산한다. 많은 등산객이 그 겨울산의 절경을 맛보기 위해 전국의 국립공원을 찾는다.
하지만 겨울 산행은 매력 이상의 위험요인을 품고 있다. 탐방로에 눈(雪)이 쌓이면 등산 전문가도 길을 잃기 십상이다. 방심하면 길을 잃고 조난당하는 게 겨울 산행이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망망대해 바다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대와 같은 산 속 길잡이다.
산행 중, 내가 가는 길을 알려주고 내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며, 또 나의 위험한 상황을 알릴 수 있는 길잡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 길잡이 하나를 탄생시켰다. 바로 국립공원 `산행정보 서비스 앱(app)`이다. 겨울 산행에 앞서 따뜻한 옷차림은 물론 스마트한 길잡이 `산행정보 서비스 앱`을 필수로 챙겨야 할 때가 왔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산악사고 신고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신고건수는 7826건에 이르렀다.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가 거의 없는 것이 산악 조난사고의 특징이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계곡과 봉우리와 간혹 멀리서 보이는 불빛뿐이다. 이럴 때 `산행정보 서비스 앱`을 등대 삼아 산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지난 7월의 일이다. “산에서 길을 잃었는데요, 저 멀리 불빛이 보이고, 오른쪽엔 높은 봉우리가 보입니다”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출입금지 구역인 설악산 화채능선에서 길을 잃은 조난자의 신고 전화였다. 다행히 조난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고, 스마트폰에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을 설치하도록 안내한 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구조할 수 있었다.
이 서비스로 조난 신고를 하면, 신고자 GPS정보가 국립공원 상황실 지도에 정확히 표시된다. 이 덕에 조난자는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었다. 생과 사가 엇갈리는 순간, 손 안에 `산행정보 서비스 앱`이 있느냐 없느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개 국립공원의 산 길 등대 역할을 해내고 있는 산행정보 서비스 앱.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부터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국가DB사업의 일환으로 탐방로, 위험지역, 다목적 위치표지판, 샘터, 시설물, 경관 및 문화자원 등을 실측한 국립공원 정밀관리도를 구축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산행정보 서비스 앱을 개발했다.
산행정보 서비스 앱은 조난 구조 뿐 아니라, 국립공원 탐방과 관련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지정해 탐방코스를 선택하면, 현재 위치와 남은 거리·시간 정보를 알 수 있다.
산행하면서 오르내리는 사람끼리 가장 친숙하게 나누는 대화는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어요?`와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다. 그 답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서로 잘 안다. 산행정보 서비스 앱에는 그 답이 있다. `정상까지 얼마 남았을까`라는 물음에 정확히 대답해주는 것이 이 앱의 또 다른 능력이다. 남은 거리를 알 수 있다면 산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눈 내린 겨울, 두툼한 등산복 사이로 스마트폰 속 산행정보 서비스 앱 하나를 챙겨 넣어보자. 그리고 그 든든함으로 설경을 걸어보자. 산과 산이 만들어내는 실루엣에 고운 눈이 쌓이고, 바람이 주는 쾌감이 온 몸으로 전해지는 겨울의 산행. 행여나 이 낭만적인 꿈이 순간의 실수로 인해 한 밤중 요란한 전화 벨소리와 다급한 목소리의 스릴러 영화로 바뀌지 않도록, 스마트한 등대하나 챙겨 가보자. 자연과 IT의 만남이 나에게 주는 혜택을 체험 해보는 순간, 산행의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정광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sayaj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