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겨울

추워도 너무 추운 겨울이다. 떨어진 기온이 좀처럼 올라가질 않는다. 오늘은 전국에 눈까지 내린다고 한다. 함박눈 내리는 하얀 세상을 좋아할 나이가 지났는지 출퇴근길 걱정이 앞선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 추위는 이제 시작이다. 새해 1월 초 절정에 달할 것이라는 예보다. 기온은 평년보다 낮고, 강설량은 예년에 비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추위는 지난 늦더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9월 지구 평균기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북극 빙하 면적이 줄었다. 빙하가 작아지니 북극 공기가 따뜻해졌다. 대신 찬 공기를 가둬 `에어커튼`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남쪽으로 한파가 밀려왔다.

추워야 겨울답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예년보다 추운 날씨에 다들 힘들어한다. 대통령 당선인이 오가는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을 지키는 의경들은 발이 시려운 듯 쉬지 않고 발을 구른다.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느라 난방 온도를 낮춘 지식경제부 직원들도 연일 추위와 전쟁이다. 뜨거운 물을 담은 페트병으로 곱은 손을 녹여가며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전통 시장 노점 상인들, 신문지에 의지해 지하철 역사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기상청은 1월 중순 이후 추위가 꺾이고 2월께 예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침 2월은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때다. 대선 승리 기쁨을 함께 나눈 1500만 지지자는 물론이고 대선 이후 패배감과 추위 이중고에 시달린 1400만 `멘붕` 유권자들도 주목하는 순간이다.

27일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이끌어나갈 주요 인사를 발표했다. 참여 인사 면면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겠지만 어쩌겠나. 당선인 뜻이니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이들이 추운 겨울 열심히 일해 2월 이후 찾아올 봄을 예년보다 따뜻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이호준 성장산업부 차장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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