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이 존재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애플 2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지도 오류 사건, 애플스토어 정리해고 파문 등을 일으킨 당사자와 `잡스의 남자`로 평가받았던 경쟁자들을 정리, 친정체계를 구축했다.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 등 후속 제품으로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은데 이어 중국·인도 등 신흥국을 공략할 저가 제품도 준비 중이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했던 잡스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무엇보다 화제가 됐던 것은 삼성전자와의 글로벌 특허소송이다. 지독한 승부사 기질을 보였던 그가 내년에도 계속 웃을 수 있을 지는 모를 일이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지난 7월 쓰러져가는 야후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구글 개발자 출신으로 검색·유저인터페이스·디자인에서 두각을 나타났다. 야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웹과 모바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 매출과 시장점유율 모두 하락 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1년간 CEO가 네 명이나 바뀌었다. 그러나 메이어가 선임된 후 야후 주가가 폭등하는 등 이례적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가 예고한 `모바일` 중심의 공격적 변화는 야후의 존재감을 한층 부각시켰다. 최근 야후는 메이어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올해 가장 뜨거웠던 인수합병(M&A)은 단연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 3대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한 것이다. 그 중심에서 손정의 회장은 주주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빠른 판단과 굳은 뚝심으로 2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딜을 성사시켰다. 이어 최근에는 스프린트가 대주주로 있던 클리어와이어까지 인수했다. 정체된 미국, 일본 통신시장에서 4G LTE로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전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그의 도전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궈 타이밍 혼하이그룹 회장
애플의 승승장구 뒤에서 몰래 웃는 기업이 바로 세계 1위의 전자제품 수탁생산업체 대만 폭스콘이다. 폭주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주문량에 최고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납기를 맞추려고 무리한 생산일정을 강행하면서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에 반발한 직원들이 잇따라 자살하기도 했다. 또 아동 노동착취 논란도 일었다. 폭스콘과 모회사 혼하이그룹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궈 타이밍 회장은 이 같은 위기를 특유의 공격성으로 정면돌파했다. 일본 샤프 인수에도 나섰다가 가격을 내세워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애플과의 협력 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현지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라 글로벌 IT시장에서 이슈메이커 역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강한 추진력으로 화웨이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IT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으로 LG전자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필두로 각국에서 수직상승 중이며 미주와 구주 등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런정페이 회장은 1987년 화웨이를 설립했고 R&D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미 하원과 호주 정부가 스파이 혐의로 제재를 가해왔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돌파하고 있다. 지난해 포천 중문판이 발표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대 비즈니스 리더`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