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이징 3공장 세달이나 건립이 지연됐던 이유는?
현대차 베이징 3공장 건설이 한 외국 기업의 핵심 장비 납품 연기로 세 달이나 지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생산 라인의 핵심으로 꼽히는 엔진 조립, 도장 공정 등에 사용되는 장비 국산화 비중이 현저히 낮은 것이 생산라인 구축 차질의 배경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핵심 장비 자체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자동차 및 기계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베이징현대 3공장 조립라인의 핵심 장비를 납품하기로 한 외국계 기업이 일방적으로 3개월 납품 기한 연기를 현대차에 통보했다.
자동차 조립라인 자동화 설비 가운데 하나인 이 장비는 세계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극히 제한된 독점적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베이징 현대 3공장은 당초 계획보다 3개월이나 늦은 7월에야 완공됐다.
업계 관계자는 “엔진 조립 및 도장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설비는 아직도 일본, 독일 등 외국계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며 “하나의 장비라도 빠지면 전체 라인 가동이 안 된다는 점에서 자체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중국 공장 가운데 가장 큰 연산 40만대 규모 조립라인이 장비 하나 때문에 3개월을 허송세월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단순 계산해도 자동차 10만대를 생산하지 못한 셈이다. 이 공장은 아직 준공식을 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대금을 지불하는 `갑`의 입장임에도 장비 업체 하나에 휘둘린 것”이라며 “꼬리가 몸통을 흔든 꼴”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산업 장비 국산화율은 52% 수준이지만 고유연 다축 가공장비, 연삭시스템 등 핵심 장비 국산화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본 마작, 제이텍트, 코마츠와 독일 트럼프, 길드마이스터 등 일본과 독일 업체들이 상위 7위 가운데 5개나 포함돼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한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지시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핵심 장비 국산화에 나섰다. 특히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알려진 공작기계를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이미 관련 로드맵이 완성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자동화설비 계열사 현대위아와 별도로 수백명에 달하는 자체 공작기계팀을 운영하고, 이곳에서 핵심 장비를 개발한다.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일부 장비는 기술력 있는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한다. 현대차는 세스코, SKEM, 대영기계공업 등과 손잡고 엔진 핵심부품 가운데 하나인 `크랭크샤프트`를 제조할 수 있는 초정밀 연삭기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기계산업이 수준급에 도달했음에도 완성차 업체들이 신뢰성을 이유로 무조건 이름있는 외산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동차 산업 발전의 근간인 기계산업을 동반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