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자인경영 2.0:접근성에 의한 고객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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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 가운데 VoC(Voice of Customers)라는 것이 있다. `고객의 소리`라고 해석할 수 있는 개념인데, 기업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 요구와 불만 사항 등을 모니터링해 품질 개선에 반영하는 중요한 기업 활동을 지칭한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품질경영이니 감동경영이니 하는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VoC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고객의 소리를 듣는 데 소홀한 기업은 품질 개선에 소홀하거나 고객이 요구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놓쳐 결국 시장에서 낙후되고 만다. 그야말로 마케팅, 제조, 품질관리, 애프터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장애인은 우리나라 기업이 과연 고객의 소리에 관심이 있고 진정으로 주의를 기울이는지 항상 의문을 품는다. 장애인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나름대로 경제활동을 하는 중요한 고객인데 왜 자신들의 소리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에 반영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환경을 설계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접근성이라고 한다. 접근성이 결여된 제품, 예를 들면 이동통신서비스로 도착한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기는 시각장애인에게 접근성이 결여된 제품이다. 제품에 접근성이 결여되거나 서비스에 접근을 허락하지 않으면 장애인과 같은 사용자에게 정보격차 같은 현상이 실제로 일어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인권과 복지 분야에서 장애인 정책은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시설과 공공정보 측면에서는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건축물과 시설물, 정보와 콘텐츠 등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법으로도 이를 적절히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선진국에서는 장애인 접근성의 범주를 공공 차원을 넘어 개인 삶의 질 차원으로 확장하고 있다. 개인이 사적 영역에서 소비하고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에도 접근성을 제공할 것을 법과 표준으로 요구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지와 삶의 질이 중요한 정책 이슈가 되면서 이를 무시하고 넘길 수만은 없게 되었다.

접근성을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해 장애인 고객을 흡수하는 전략은 기업이나 고객에게 모두 윈윈 전략이다. 외관을 멋있게 만들고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기존의 디자인 전략처럼, 장애인과 고령 고객을 배려해 접근성을 반영하는 디자인 전략은 그 실체가 확실하게 존재하는 장애인 고객을 우수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검증된 경영 전략이다. 디자인경영 2.0 버전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장애인 고객의 VoC를 제품과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만 하면 된다. 기업의 의지가 확실하면 이러한 방법은 기업이 끌고 학계가 밀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의 연계로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 가전제품, 정보통신서비스가 접근성으로 재무장하면 또 한 단계 도약하는 명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는 법·제도적 규제를 떠나서 시장논리로도 장애인은 실체가 분명한 중요한 고객이다. 세계적으로도 장애인과 고령자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는 고령자가 모든 상품 분야에서 가장 큰 고객층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국내만도 200만명이 넘는 확실한 고객을 외국 기업에 송두리째 넘겨주면서도 어떻게 국내 기업의 고위 경영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정말 궁금할 뿐이다.

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silee@skk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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