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성 한국디지털정책학회 회장(선문대 교수·ksnoh@sunmoon.ac.kr)
정부는 1997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한 이래 벤처 기업의 창업·세제·금융·인력·입지·판로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고용 창출, 기술기반 사업 진출, 청년창업 열풍 등을 이끌며 벤처산업이라는 영역을 구축할 만큼 비약적으로 신장했다. 그러다가 2000년 초 `벤처 버블` 현상으로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벤처산업은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재도약에 성공해 매출과 일자리 창출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돋움했다. 벤처기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2012년 10월 현재 벤처기업 수는 2만7000여개로 매년 20.3% 성장세를 보이면서 GDP의 30.9%, 고용의 5.9%를 담당하기에 이르렀다. 벤처신화는 특유의 유연성과 환경 적응력으로 신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ICT, 녹색, BT, NT 등 차세대 산업에서 일구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MB정부가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산업정책은 벤처기업 역할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창의와 혁신 분위기는 위축되고 창업 여건도 악화되었다. IT융합 성과 저조, 창의적 IT인재 부족, 중소벤처의 연구개발 지원책 미흡, 불공정 거래 난무와 수익성 악화, 금융의 기술가치 불인정, 실패에 대한 냉대와 재기 기회 부재, 공공구매 저조, 해외진출 역량 부족 등 벤처신화 인프라가 사라지고 말았다.
더구나 지금 국내외 경제는 살얼음판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더 어려울 것으로 추정한다. 대안은 무엇인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2 벤처중흥을 위한 뉴딜이라고 생각한다.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었던 대규모 재정을 ICT, BT, NT, 융합과 창조산업은 물론이고 해양기술(MT)분야에 투자해 다시 국가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는 관리시스템이 정착되었다. 일자리 혁명을 완성해야할 차기 정부가 제2 벤처 중흥기를 열어 나갈 대안을 정리해 보기로 하자.
첫째, IT융합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스마트의료나 재난안전시스템, 녹조방지시스템 등 생활밀착형 공공 시범사업으로부터 시작되는 융합기술 축적을 지원해야 한다. 연구개발 전문 기업 육성을 위한 R&D예산 비중 확대 `IT융합기술연구소`설립 지원, 창조형 융합혁신 촉진 등도 정책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IT융합형 창의인재 양성과 공급이 필요하다. IT융합대학원 지원, 대학생의 현장실습과 인턴십 확대를 위한 제도 강화와 재정 확충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에서 키운 인재의 부당한 스카우트 방지책으로서 이적료 실행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벤처창업의 초기 정착 지원이 절실하다. 설립이나 기술개발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디자인, 제품화와 상품화,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한 초기 정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청년창업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등 창년 창업 지원제도를 대폭 혁신해야 한다. 새로운 법체계 내에서 정부 부처와 지자체 역할 구분, 청년창업 기금조성, 유연한 정책 집행, 베이비부머와 연계된 창업코칭 등의 정책이 세부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공공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 창업 이후 성과물(제품)이 나오면 상품성과 품질 검증을 거친 후 공공부문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하거나 판매를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공공시장이 창업기업 시장 개척의 최적지가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정부 사업의 주된 계약자를 중소기업으로 지정해 코스닥 진출입 시스템 혁신, M&A 활성화, 창업 실패자 회귀프로그램 마련, 기술 중심의 벤처 확인제도 확대, 여전히 남아있는 연대보증제 혁신, 공정거래 기능 강화와 상생협력지수의 제도화도 벤처 중흥을 위해 이루어져야 할 벤처성장 인프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