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출연연, 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Photo Image

우리나라가 지난 6월 국민소득 2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돌파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하는 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이루고 있는 대기업이 많이 기여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지금 국민소득 2만달러 박스권에 멈춰 서 있다. 성장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잠재성장률도 낮아지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각각 1987년, 1991년에 20-50클럽에 가입했다. 이들 나라는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중소기업 육성 정책으로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중소기업은 산업의 뿌리다. 노동집약적 특성이 있는 중소기업 성장은 고용 증대 효과가 높다. 원재료와 수요처에 따라 지역에 분산된 중소기업은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한다.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경직되기 쉬운 경제체제에서 중소기업의 창의적 상품 개발은 활력의 원천이다.

중소기업은 소규모 창업이 가능해 개인의 역량을 방출하는 분출구 역할을 한다. 이로써 중산층이 형성되고 경제, 사회적 안정에도 기여한다.

현재 우리 경제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대선 정국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균형발전도 중소기업 육성이 핵심 전제다. 대선 이후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 기대되기도 한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경제, 사회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육성의 핵심은 기술혁신 지원이다.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일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하기에 적합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30년 이상 창의적인 기술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생산기술, 전자통신, 기계, 화학, 전기 등 중소기업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지원 조직도 갖췄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중소기업 근무 기피로 인한 고급 연구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다.

출연연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산업기술연구회와 산하 출연연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년간 210개 중소기업에 308명의 기술지원인력을 파견했던 경험도 있다. 연구원 멘토와 연계해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이끌었다. 이 사업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기업도 있고 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기업도 있다.

출연연 연구인력이 직접 중소기업을 방문해 애로기술을 해결하는 생산현장종합지원사업도 해보니 성과가 났다. 지난 3년간 564개 중소기업에서 642건의 애로기술을 해결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출연연 연구인력 도움에 만족을 표시하고 적극적인 사업 확대를 요구했다. 이 사업으로 획기적인 매출 증대가 이루어졌다는 중소기업도 나왔다.

출연연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성과가 나온다는 것에 확신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다만, 먼저 국가경제 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살리기에 출연연이 나서야 한다는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목표로 삼아야 한다. 중소기업 기술 수요를 분석하고 출연연이 보유한 기술지원 역량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출연연은 그동안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선두에 서왔다. 이제는 중소기업 기술지원에서 선두에 나설 때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뿌리가 잘 내려진다면 국민소득 2만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 경제 발전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출연연의 중소·중견기업 기술혁신체제 지원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할 시기다.

장호남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hnchang@kaist.edu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