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계절이다. 김장철은 보통 늦가을에서 초겨울, 11∼12월 사이다. 김장철에 김치를 담그는 가장 큰 이유는 김치에 주로 쓰이는 재료인 배추가 가을에 가장 좋은 맛을 내기 때문.
김치가 매력적인 건 지방마다 종류나 맛도 다양하다는 점이다. 물론 문제도 있다. 같은 종류를 담아도 집마다 맛은 천양지차라는 것. 김장철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 김장 성공? 배추 절임부터 시작=맛있는 김치의 조건은 뭘까. 대한식문화연구원 이종임 원장에 따르면 맛있는 김치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은 김치 유산균이 풍부한 톡 쏘는 시원한 맛이다. 김치가 잘 익으면 톡 쏘는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나는데 이를 발효미라고 한다. 이런 발효미를 결정짓는 건 류코노스톡균이라고 불리는 김치 유산균이다. 류코노스톡균이 많을수록 이런 발효미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류코노스톡균이 많은 김치를 만들고 톡 쏘는 김치맛을 유지하려면 김치를 담그기 전에 먼저 배추를 절일 때부터 천일염을 써서 저온에서 저염으로 오랫동안 절이는 게 중요하다. 간도 너무 짜거나 반대로 싱겁지 않게 해야 한다.
보관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지푸라기로 덮거나 땅속에 김장독을 묻었다. 이유는 갓 담근 김치는 0∼5도 사이를 유지하면서 30∼40일 가량 발효하면 발효미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하루 가량 실온에 그냥 놔뒀다가 김치냉장고에서 저온으로 발효를 하면 좋다.
◇ 김치냉장고, 잘 고르는 비결?=잘 담근 김장김치는 결국 절반은 보관이 좌우하는 셈이다. 요즘 같은 때에는 김치냉장고를 잘 고르는 것도 맛있는 김치를 만드는 방법이 되는 셈이다. 김치냉장고를 고를 때에는 먼저 공기 차단 능력을 따져보는 게 좋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해뒀다가 결국에는 자주 꺼내 먹어야 하는 만큼 밀폐력이 중요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기 접촉이 많아지면 산화가 이뤄지면서 잡균이 많아지고 군내가 나기 때문이다.
김치를 오랫동안 맛있는 상태로 유지하려면 정온 유지도 따져봐야 한다. 예전에 썼던 김장독보다 김치냉장고가 더 좋은 건 정온 유지다. 김장독은 봄여름에는 아무래도 온도가 높아져 일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정온 상태로 김치를 보관하면 김치 유산균이 많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정온 유지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선호하는 김치냉장고 형태나 디자인, 가격은 그 다음 문제다. 참고로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1만 9,188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뚜껑형이 551번으로 가장 높았고 스탠드 서랍형 442번, 요즘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양문형 김치냉장고 비중은 55번을 나타냈다.
참고 기사 : [만명에게 물었다] 김치냉장고 구매패턴, 소셜에 물으니…
◇ 진화하는 판매용 김치=가장 좋은 건 김장을 직접 해서 먹는 것이지만 요즘처럼 1∼4인 이하 가구가 많은 마당에 직접 김치를 담그는 일은 쉽지 않다. 마트나 인터넷을 통해 김치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상당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통 시중에서 팔리는 판매용 김치는 맛이 비슷하다. 앞서 설명했듯 맛있는 김치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발효미. 하지만 판매용 김치를 만들려다 보면 아무래도 배추를 절이는 시간이 길기 어렵다.
사실 우리 전통 음식을 보면 소금간을 빼면 생각할 수 없는 게 많다. 고추장과 간장 같은 장은 물론 젓갈류도 마찬가지. 소금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안동 간고등어만 해도 그렇다.
안동 간고등어는 원래 동해안에서 잡아 올린 고등어를 내륙인 안동으로 운반하는 동안 부패되지 않게 하려고 소금을 뿌려둔 데에서 유래한다. 안동 간고등어는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황금비율 소금간 하나로 맛을 이끌어냈다. 간잽이가 배 가른 고등어 속살에 소금을 던져 넣는 염장 지르기는 육질을 살리는 한편 생선의 단맛을 끌어내며 비린내를 가시게 한다.
염장기법은 비단 생선이나 고기 같은 육류 뿐 아니라 식물성 식품에도 쓰인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포장 김치를 사먹는 소비자가 많은 요즘 정작 소금을 잘 사용한 김치는 찾기 어렵다.
공장에서 만드는 김치는 비용대비 생산성을 높이려고 소금물에 담가 간을 배게 하는 방식을 쓴다. 직접 김치를 담그면 배춧잎 하나하나를 젖혀가며 소금을 뿌리는 김장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공장 김치와 직접 담근 김치의 맛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봉황김치는 요즘 변변한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기관이나 관공서, 호텔 등 140여 곳에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소금물 대신 소금을 직접 배춧잎 사이사이에 뿌리는 직염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덕분에 얼마 전 열린 일반인 대상 품평회에서는 참여자 100명 중 98명에게 100점을 받기도 했다. 고등어의 염장방식처럼 황금비율로 뿌린 소금은 배추의 아삭한 식감을 살려주고 감칠맛과 시원한 맛을 최대한 끌어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인기 비결은 가격. 흔히 김치는 재료값을 한다고 말한다. 이 제품은 배추에서 고춧가루, 무, 마늘, 생강까지 모든 재료를 국내산 농산물로 수급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은 5Kg당 3만 1,000원선 저가 정책을 펴고 있다.
업계에선 포장김치의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까지 `직접 담그기 귀찮으니 포장김치`라는 대체 개념이 강한 마케팅을 펼쳤다면 앞으로는 `질적 경쟁`을 예고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맛있는 김치의 비결이 포장김치로 하나씩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