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충신`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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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블랙홀처럼 스마트폰 부품 공급 업체들을 흡수한다. 최근 터치스크린패널, 롱텀에벌루션(LTE) 안테나, 케이스 등 스마트폰 핵심 부품 업체들이 속속 삼성전자 협력사로 합류했다. 주목할 것은 이 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했던 LG전자, 리서치인모션(RIM), 소니 등의 대표 협력사였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가 공고해지면서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의 신모델은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다. 삼성·애플 이외의 스마트폰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은 스마트폰 시장 활황에도 불구하고 매출 걱정이 앞선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고객사가 야심 차게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소비자 외면으로 판매가 저조해 매출에 피해를 봤다”며 “통상 신제품 출시 전후가 가장 바빴지만 현재 공장 가동률은 8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부품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스마트폰 판매 목표는 3억5000만대다. 2위 그룹과 물량 격차를 벌려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충분한 부품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은 올해 초 갤럭시S3 출시 때 부품 공급난을 겪었다.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탑재하고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핵심 부품의 공정 수율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삼성은 내년 판매 계획 실현과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 확보를 위해 본격적으로 협력사를 불린다. 매출 극대화를 노리는 부품 업체들도 기존 협력사를 등지고 속속 삼성에 구애의 신호를 보낸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부품 공급망이 재편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과 부품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타까운 것은 삼성의 공급망관리(SCM) 체제 재편이 기존 스마트폰 경쟁사들의 SCM을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부품 업체들이 삼성으로 쏠리면 경쟁사들은 가격 절감과 신기술 개발이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핵심 기술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경쟁사의 더딘 신제품 개발 속도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이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왕이 바뀌면 신하도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스마트폰 산업 발전과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 `충신`도 필요한 때다.


윤희석 소재부품산업부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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