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업계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업계 1위인 시높시스와 ARM의 연구개발(R&D) 협력관계가 끝나면서 새로운 R&D 협력사인 케이던스의 반격이 매서울 전망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64비트 서버 시장 개화 및 14나노미터(㎚) 공정 칩 양산 등을 기반으로 시높시스와 케이던스의 점유율 차이가 차츰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이후 순위 변동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010년 시높시스가 ARM의 경쟁사인 비라지로직과 ARC를 인수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RM은 특허 및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로 라이브러리 및 프로세스 사업에서 시높시스와의 협력 관계를 종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높시스 엔지니어가 ARM 라이브러리 및 프로세스 사업 개발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후 ARM은 물론이고 최근 ARM과 밀접하게 협력하는 삼성전자도 기술 유출 등의 우려로 시높시스 EDA 툴 사용을 자제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45나노미터 이하 EDA 툴 주도권 경쟁에서 케이던스가 유리하다는 평가다. 현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프리스케일을 비롯해 중국 하이실리콘 등 내로라하는 반도체 업체들과 마이크로소프트(MS), HP 등의 업체까지도 케이던스 툴을 사용해 ARM 기반 차세대 제품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4월 시높시스가 업계 4위인 마그마를 인수한 것이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마그마 인수 이후 시높시스 전체 직원은 4000여명에서 7800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지만 올해 시높시스 매출은 17억달러에 머물렀다. 11% 성장률을 보였던 2011년(15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기대를 밑도는 성장 폭이다. 업계는 시높시스가 비라지로직 인수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면 마그마 인수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이던스는 14나노미터 기반의 모바일 저전력 칩과 64비트 서버 시장 개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ARM 코어 기반의 64비트 서버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를 앞두고 있어 케이던스 점유율 향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ARM은 올해 컴퓨텍스 행사를 통해 HP와 델 등이 ARM 기반 서버를 개발하고 있으며, 오는 2015년에는 전체 서버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용섭 한국케이던스 사장은 “내년 이후부터 시높시스 점유율을 넘어 패러다임의 전환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45나노 이하 툴부터는 케이던스가 왕년의 명성을 되찾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높시스 관계자는 “시높시스의 글로벌 EDA 점유율은 현재 약 40%에 달하며, 특히 한국 시장은 60%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