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서비스는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다. 제조업 발전은 미국·일본·독일 등 많은 참고 사례가 있다. 그러나 지식서비스는 참고할 만한 나라가 없다.
가뜩이나 지식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라고 하면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식서비스의 개념을 정의하고, 방향을 잡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 이유다.
지식서비스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시작된 것은 2007년 8월이다. 당시 정부는 `지식서비스 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처음 한 일은 지식서비스의 개념을 잡는 거였다. 논의 과정을 거쳐 디자인·컬설팅·패키징 등 11개 유망업종을 선정했다.
2009년 산업발전법에 지식서비스 산업에 관한 법적 근거가 포함됐다. 이 때 33개 유망 지식서비스 산업이 규정됐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정보서비스, 연구개발업 등이 대표적이다.
2009년 지식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예산 221억원이 책정됐고, 이듬해 286억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지식서비스 관련 정부 예산이 줄고 있다. 성과물을 내놓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반성한다.
최근 정부는 지식서비스 정책의 우선 순위가 뭔지 고민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비스가 제조업을 대체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서비스와 제조업이 경쟁적 관계가 아닌 상호 호혜적 관계다. 서비스가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제조업 중심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지식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해야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온다. 애플 제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폰은 MP3플레이어(HW)와 아이튠스·앱스토어(서비스)의 절묘한 결합으로 탄생됐다. 물론 SW가 HW와 서비스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줬다. 지식서비스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타산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
정부는 2020년까지 국내 지식서비스 시장을 23조원 규모로 키우고, 일자리 52만개 창출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법·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식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무단표절을 근절하고, 한국형 온오프라인 참고문헌 목록체계를 연구할 것이다. 지식이 인용되고 활용되는 체계를 확립해 나갈 거다. 지식서비스를 제 값 주고 사는 문화도 장착시켜야 한다.
지식서비스 과장을 맡기 전에 제네바에서 주재원으로 일했다. 알다시피 제네바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일반 공산품 가격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사람 손을 거친 서비스 요금이 엄청 비싼 거다. 선진국일수록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익숙하다.
지식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내년부터 성과를 낼 것이다. 컨설팅은 `지식서비스의 꽃`으로 불린다. 그러나 우리나라 컨설팅 산업을 외국계 기업들이 좌우하고 있다. 토종 컨설팅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특화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국가 산업개발 컨설팅 △국제 스포츠 경영컨설팅 △에너지 절감 컨설팅 등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압축성장 모델에 개발도상국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드컵·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경험도 있다. 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지식서비스 연구조직도 활성화해야 한다. 기존 국가 연구소는 제조업 중심으로 운영됐다. 지식서비스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연구소를 육성해 나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개발한 서비스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