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SW 대상] 지경부 기고

최고의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이 많은 나라는 인도, 최고의 IT인프라를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임에도 정작 세계 IT산업의 패권을 쥐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경제의 패권을 모두 잃어버릴 것 같던 미국이 어떻게 여전히 최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까. 그 답은 SW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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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지경부 차관

현재 미국의 대표 기업들은 크라이슬러나 포드가 아니라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SW 기업들이다. 이들은 융합의 조류를 타고 하드웨어 업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그것도 단순한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화학적 융합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에 대항할 만한 국내 기업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 아이리버, 네이버, 싸이월드가 떠오를 것이다.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있던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왜 아직까지 세계를 재패하지 못했을까. 그 원인 중 하나로 보편성을 들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보편성을 갖춰야 한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누구라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경험(UX)을 고려해야 하고, 홍보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즉 국내에서 성공한 후 세계화하는 전략이 아닌 태생부터 세계적인 기업(born to be global)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다른 하나는 지금의 산업 생태계를 창의성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토양으로 바꾸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소기업이 지금의 거대 기업으로 자라난 사례다.

정부는 그동안 SW 산업이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2011년 10월)`을 추진한 것을 비롯해 지난 5월에는 대기업의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개정했다. 2013년부터는 공공정보화 시장은 중소 SW기업에게 성장 터전이 되고, 국내 SI 대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고 신규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SW 산업 생태 사슬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긍정적 신호탄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노력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SW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혁신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앱은 그 자체로서도 가치가 있지만 `카카오톡`에 연계한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성장시키는 후방 효과가 더욱 가치 있다. 이런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SW·콘텐츠 시장에도 수평적 협력이 원활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몇 몇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생태계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가치를 창출하는 토양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SW를 타 산업과 융합돼 우리 산업의 실제적인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나가는 촉매 같은 산업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노력을 밑거름으로 SW 기업들도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이 시점에서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SW 산업 주간(11월26일~30일)`은 우리나라 SW산업의 미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SW 산업 주간`을 맞아 우리나라가 SW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가 더욱 공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 szyoon@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