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공급과잉으로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에 대한 개혁 방안을 내놨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1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ETS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단기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회원국의 협력을 촉구했다.
집행위는 우선 내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배정할 예정이던 신규 배출권 9억톤의 할당과 경매를 모두 2019~2020년 2년 동안으로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배출권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이에 따라 ETS 기능이 상실될 위기에 처해 있으므로 추가 공급을 최대한 미루자는 것이다.
집행위는 △EU가 당초 설정한 2020년까지의 감축 목표치를 30% 높이고 △현행 법규 상 3단계 감축시기(2013~2020년)에 신규 배정토록 돼 있는 배출허용량을 아예 폐기하고 △회원국별로 배정되는 허용량 상한선을 매년 1.74%씩 낮추는 등 장기적 해법도 내놓았다. 모두 배출권 공급량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조치다.
그러나 기업과 동구권 회원국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EU 옵저버` 등 EU 전문매체들이 보도했다.
특히 뒤늦게 산업발전에 나서고 배출권 매각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동구권 국가들은 배출권 공급량을 줄이는 것은 산업이 발전한 서구권 국가와의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또 집행위가 내놓은 ETS 개혁 방안이 모두 EU의 관련 법규 개정이 필요하고, 유럽의회와 회원국 정부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 등 실행되기까지는 최대 10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ETS는 EU 27개 회원국과 산업, 기업별로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량을 정해주고 허용량보다 많이 배출한 국가나 기업은 초과분만큼 벌과금을 내거나 배출권을 거래소에서 구입토록 하는 것이다. 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한 국가나 기업은 미달분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다.
그러나 집행위가 2005년과 2008년에 배출권을 대량으로 발행한데다 유로존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며 배출권이 남아돌고 수요는 줄었다. 이에 따라 배출권 거래가격이 지난 4월엔 사상 최저치인 톤당 5.99유로로 추락하면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유도한다는 당초 정책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