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출신 한국인 화학자가 골수암(재발 다발성 골수종)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해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경보 미국 켄터키대 교수는 크레이그 크루즈 예일대 교수와 공동으로 골수암 치료제 `카이프로리스(Kyprolis)`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항암제는 현재 미국 FDA 허가를 받아 시판에 들어간 상태다.
카이프로리스는 암세포의 프로테아좀(proteasome)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프로테아좀은 수명이 다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며, 카이프로리스가 프로테아좀의 작용을 억제하면 암세포에 단백질이 축적돼 죽게 하는 원리다.
특히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대사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프로테아좀의 작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 교수는 임상실험결과를 통해 탁월한 효과도 입증했다. 기존 항암제로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을 보지 못한 환자를 대상으로 7~8개월간 임상실험한 결과 23.7%가 반응을 보였다. 이번 결과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기존 항암제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의학계에서는 말초신경계 장애를 불러올 수 있는 기존 항암제에 비해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적어 기존 항암제를 대체할 수 있는 신약으로 평가하고 있다.
임상실험 후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4%의 의사가 내년부터 당장 카이프로리스를 처방하겠다는 답변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설문조사에 응한 의사의 절반이 기존 항암제를 사용한 뒤 효과가 없을 때 새롭게 처방할 항암제로 카이프로리스를 꼽았다.
카이프로리스 판매처인 오닉스는 내년에 카이프로리스 판매로 1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2014년엔 3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전문기관들도 오는 2016년쯤에는 카이프로리스로 인한 매출이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골수암 시장은 최소 50억달러 이상이다.
항암제를 개발한 김경보 교수는 연세대를 졸업한 뒤 포스텍에서 석사학위를 마쳤다. 그 후 예일대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약물 합성 연구에 참여해 카이프로리스를 개발했다.
김경보 교수는 “신약 개발은 기본 원리부터 임상실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은사이신 포스텍 김동한 교수의 연구 지도를 받은 경험이 카이프로리스 개발의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