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는 게임과몰입 환자에게는 영향을 못 줍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는 밤에 하거나 낮에 하거나 사실상 의미가 없죠.”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는 셧다운제가 전체 이용자의 야간 게임 이용시간을 줄일 수는 있어도 게임과몰입 이용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 교수는 국내 1호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장을 맡아 1년간 운영 중이다. 그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게임과몰입 임상사례를 만나는 전문가다.
한 교수는 야간 게임 이용 시간만 줄이는 방법은 지나친 게임 이용을 막는 근본적 치료나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임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면 이용 시간도 감소하지만, 게임 이용을 강제로 막는다고 게임에 대한 흥미까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 교수는 “게임과몰입을 치료하려면 다른 할 일을 많이 만들어서 게임하는 시간을 줄여줘야 한다”며 “게임을 못하게만 막아서는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게임 대신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잘 하는 것을 찾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부분의 보호자가 청소년이 게임만 하지 않는다면 생산적인 일을 찾을 것이란 기대에, 게임 대신에 다른 놀거리나 할 일을 만드는데 인색한 점을 지적했다. 한 교수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이며 “게임과몰입 청소년의 대부분이 가정내 소통 문제나 공존질환으로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가족치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 교수는 나아가 인터넷 전반에 대한 중립적 접근과 장기적 연구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기기와 장르별로 과몰입 정도를 나누고 장기적 연구 후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찬반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정작 중요한 연구나 효과 측정은 이뤄지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온라인 도박 중독과 롤플레잉게임 중독이 다르고, PC와 스마트폰의 중독이 어떻게 다른 지도 연구가 부족하다”며 “모바일과 PC는 사용환경에서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이런 차이를 간과하고 빠른 결과만 나오는 정책을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인터넷 발전을 이뤘지만 기술 이외에 개인의 반응을 다룬 장기적 연구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문제이며 게임 자체를 마약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가장 기초적인 연구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