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21>주작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들다`란 의미의 `조작(造作)`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이야기나 사진이 사실이 아니라 조작된 것으로 보일 때 주로 쓰인다. 감성을 자극하지만 진실 여부가 의심스러운 이야기, 합성된 이미지, 다른 사람 사칭 등을 통칭한다.

2010년 터진 스타크래프트 승부 조작 사건에서 유래했다. 의혹이 처음 터졌을 당시,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과열됐기 때문에 많은 커뮤니티에서 `조작`을 금칙어로 설정했다. 네티즌은 `조작`의 발음을 살짝 바꾼 `주작`이란 말로 금칙어 필터링을 우회했다. 결국 인터넷에서 `주작`은 `조작`이란 의미로 널리 쓰이게 됐다.

본래 `주작(朱雀)`은 동양 신화에 등장하는 청룡·백호 등 사신(四神) 중 남쪽 방위를 지키는 신령한 새다. 네티즌들이 평소 귀에 익은 주작이라는 말을 조작 대신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작이 널리 쓰이면서 `환상게임`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나오는 `날아오르라 주작이여`라는 가사도 관심을 끌었다. 조작이 의심되는 게시물에 `날아오르라 주작이여∼`라고 댓글을 달면 적절하다.

주작은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든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신경증을 반영한다. 다른 이의 관심을 갈망하며 익명의 가면에 숨은 채 올리는 게시물의 진실성을 판단하기란 언제나 힘들다. 포토숍 등 이미지 처리 기술의 보급으로 사진도 더 이상 믿기 힘든 시대다.

무자비한 공권력의 횡포, 싹수 없는 요즘 10대, 후안무치한 시댁 요구 등에 관한 이야기에 쉽게 분노하다 조작된 사실에 흥분했음을 깨닫고 허탈함에 몸서리친다. 정보 과잉 속에서 사람들은 검증을 포기한 채 이슈에 묻혀 몰려다니거나, 게시물 하나하나에 `인증`을 요구하는 까탈스러운 네티즌이 되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하고는 한다.

주작과 비슷한 맥락으로 쓰이는 말로 `판춘문예`가 있다. 네이트 `판` 게시판에 올라오는 온갖 흥미진진한 이야기 중에 그럴 듯한 거짓과 과장이 섞인 소설성 이야기도 적지 않음을 지적한 표현이다.

*생활 속 한마디

A:안드로메다 미역 양식장에서 앤젤리나 졸리랑 봅슬레이를 탄 사진을 인증합니다.

B:날아오르라 주작이여∼.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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