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아쿠아 아쿠아청소기는 물로 바닥을 씻어내는 제품이다. 먼지와 이물질을 빨아들여 물에 녹이기 때문에 먼지봉투나 필터가 필요 없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직접 써보고 흡입력과 소음, 사용 편의성을 따져봤다.
◇ 먼지봉투 대신 물통 달고 높낮이 조절 쉬워 =디자인은 여느 진공청소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흡입파이프를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이곳에는 물통과 헤드에 물을 공급하는 파이프, 물 공급을 중단할 수 있는 밸브가 자리잡고 있다. 진공청소기에 흔히 있을 법한 먼지봉투는 없다. 대신 본체 뒤에 달린 오수탱크가 먼지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물 청소를 하지 않을 때에는 물통을 빼서 따로 보관할 수 있다. 흡입파이프와 호스는 먼지 섞인 공기나 물을 빨아들이는 통로 역할도 겸한다. 흡입파이프 중간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움직이면 쉽게 높낮이 조절을 할 수 있다.
진공청소기는 대부분 파이프 끝에 부착하는 헤드를 교체해서 좁은 공간을 청소할 수 있다. 기본 제공하는 헤드는 일반 진공청소기처럼 먼지를 흡수하는 먼지 청소와 물 청소를 겸하는 기본 헤드, 넓거나 좁은 공간 먼지를 빨아들이는 흡입용 헤드 등 3가지다. 면적이나 용도에 맞게 헤드를 바꿀 수 있고 굳이 청소봉을 끼우지 않아도 브러시를 본체에 바로 연결할 수 있다. 다만 물 청소는 기본 헤드로만 가능하다.
보통 진공청소기는 흡입력을 손잡이에 달린 슬라이드식 스위치로 조절할 수 있지만 아쿠아청소기는 흡입력을 조절할 수 없다. 스위치라고는 본체에 있는 전원 버튼 하나뿐이다. 조작이 간편한 건 좋지만 청소를 마치려면 일일이 본체 스위치를 눌러야 하는 것은 아쉽다. 본체 무게는 4.5Kg으로 끌고 다니며 청소할 때 크게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다.
◇ 바닥에 물 부어가며 청소 “걸레 필요 없네” =스위치만 넣으면 바로 청소를 할 수 있는 진공청소기와 달리 아쿠아청소기는 한 가지 작업이 더 필요하다. 먼지봉투 대신 이물질이 쌓이는 물 필터 겸용 오수탱크에 물을 부어 주는 작업이 바로 그것. 먼저 청소 전에 먼지 청소라고 표시된 곳까지 물을 부어야 한다. 자칫 물을 넘치게 넣으면 모터를 망가뜨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청소기 본체에 전원을 넣으면 내장 모터가 돌아가며 청소를 시작한다. 바닥에 깔린 먼지나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것은 기존 진공청소기와 큰 차이가 없지만 먼지나 이물질이 오수탱크에 쌓이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특이한 것은 바닥을 물걸레로 닦아내는 효과를 내는 물 청소 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흡입파이프에 달린 물탱크에 물을 넣으면 파이프를 타고 물청소용 헤드에 물이 공급된다. 청소를 시작하면 먼지나 머리카락 혹은 이물질이 섞인 물이 공기와 함께 오수탱크로 쌓인다. 물청소용 헤드와 청소기 내부에서 두 번 이물질을 걸러내는 데다 오수탱크 안에 이물질이 가라앉기 때문에 미세먼지 배출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제조사 설명이다. 배출구에도 헤파(HEPA) 필터를 달아 혹시라도 배출될 수 있는 미세먼지를 또 한 차례 걸러낸다.
소음은 어느 정도일까. 디지털 소음계(TES-1352A)로 직접 재봤다. 30cm 떨어진 거리에서 잰 결과는 74dB.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인도에 서 있을 때 나는 수준이다. 다른 진공청소기나 세탁기 등 전자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력량 측정계(HPM-300)로 측정한 소비전력은 1,100W를 넘지 않는다.
먼지봉투 대신 물 필터로 이물질을 걸러내기 때문에 먼지봉투를 구입할 필요는 없지만 대신 다른 소모품을 꾸준히 교환해줘야 흡입력을 높일 수 있다. 바닥에 닿으면 마찰하는 고무 와이퍼는 5개월, 헤파필터는 1년에 한 번씩 교환해야 한다. 물 필터 위에 달린 스펀지 필터는 가끔 빼내 씻어내면 제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 이물질 물속에 가라앉혀 ‘먼지봉투보다 효과적’ =환절기에 들어서면서 ‘공기를 물로 씻는다’는 에어워셔가 인기다. 아쿠아청소기 역시 빨아들인 공기를 물 필터로 걸러낸다. 두 제품의 원리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에어워셔는 바깥 공기를 흡입한 다음 안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디스크에 달라붙게 하고 수조 안에서 회전시키며 이물질을 씻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내환경학자들은 “에어워셔를 쓰며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공기청정효과보다 가습 쪽이 더 크다”고 말한다. 잘 때도 켜놓는 에어워셔 특성상 소음을 낮추기 위해 공기를 빨아들이는 모터 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아쿠아청소기가 헤드를 통해 빨아들인 공기에는 먼지와 머리카락, 섬유 부스러기, 동물 털처럼 여러 이물질이 섞여 있다. 이 공기는 물 필터 아래에서 나와 물과 함께 원통 위쪽으로 이동한 다음 물 필터 덮개에 부딪혀 다시 아래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물과 오물은 아래에 떨어져 모이고 가벼운 공기는 다시 위로 나간다. 에어워셔보다 흡입력이 높기 때문에 각종 이물질을 보다 확실히 모을 수 있다.
물걸레 청소 효과를 내는 물 청소 모드는 더 흥미롭다. 흡입파이프에 매달린 물통에서 조금씩 물이 공급되는 도중 헤드에 달린 고무와이퍼가 바닥을 문질러 닦으면 물걸레로 닦아낸 것처럼 물 속에 이물질이 섞인다. 이렇게 더러워진 물은 공기와 함께 오수탱크에 쌓이면서 다시 걸러진다. 액체를 빨아들일 수 없는 일반 진공청소기와 달리 물이나 간장, 우유처럼 바닥에 액체를 쏟았을 때에도 쓸 수 있어 편리하다.
구조는 복잡하지만 청소가 쉬운 것도 특징이다. 와이퍼가 더러워지면 손가락이나 솔을 이용해 씻어내면 된다. 오물이 쌓이는 오수탱크나 세제, 스펀지를 이용해 깨끗이 씻어내고 말리면 된다. 다만 바닥에 직접 맞닿으면서 마찰되는 와이퍼나 공급되는 물 양을 조절하는 펠트천은 일정 간격으로 교체해야 청소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파이프나 호스 안을 청소할 때에는 맑은 물을 빨아들여 내부를 씻어낸다.
◇ 이버즈 총평 | 上善若水 =빗자루에서 진공청소기까지 청소도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닥에 쌓이기 마련인 먼지나 이물질을 닦아내 사람이 들이마시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칫 미세먼지가 흩날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쿠아청소기는 바닥에 쌓인 여러 오염물질을 물을 이용해 가라앉힌 다음 헤파필터를 이용해 한 번 더 공기를 걸러내 미세먼지 배출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물청소 모드를 이용하면 일일이 허리를 굽혀가며 바닥을 닦는 수고 없이 보다 깨끗하게 청소를 마칠 수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노자의 고사처럼 더러운 것을 물로 씻어내기 때문이다.
청소 후 오염물질이 쌓인 탱크는 세제 없이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잘 말리면 되기 때문에 관리하기 편한 것도 장점이다. 매번 깨끗한 물을 받아 이용하기 때문에 손걸레나 자루걸레처럼 재오염 걱정도 없다. 특히 창문 열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겨울철 실내 건강에 도움을 줄 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