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관련 큰 이슈가 잇따르고 있다. 북미지역 현대자동차 연비 오류, 냉장고 용량 표시 문제, 그리고 몇 해 전 일본 도요타자동차 리콜 등 굵직한 사건은 근본적으로 인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얼마 전 완공된 거가대교의 바닷속을 관통하는 침매터널에서 콘크리트로 만든 침매 함 사이 고무 개스킷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이 100년 수명의 품질을 인증한 부품이다.
만약 침매 함 사이에 인증이 잘못된 부품이 사용돼 바닷물이 샌다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인증은 여행 비자와 같다. 비자가 필요한 나라에는 여권만으로 여행할 수 없다. 제품도 해당국 환경, 보건, 안전 등과 관련되면 인증받은 부품, 제품, 서비스를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증 없이 부품이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비자 없이 여행하는 것과 같다. 여행국에 상륙도 안 될 뿐더러 많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비자 받기가 까다롭다고 위조 비자로 여행할 수도 없다.
기업에 인증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기업은 인증이라는 절차를 부담과 규제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인증은 우수 제품과 불량 제품을 구별하고, 우수제품이 시장에 뿌리내리게 하는 사회적 합의다. 인증은 우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돕고 국민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인증은 신뢰의 첫걸음인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국 기업과 국민 보호를 위해 인증 제도를 운용한다. 최근 각국은 무역규제 수단으로 기술기준 등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인증 제도로 구현된다. 이것이 국가가 인증을 관리하는 목적이며 산업이 발달한 주요 선진국 시험인증기관이 세계 인증시장을 장악한 이유다.
기업은 인증을 불편한 부담이 아니라 제조비용으로 인식해야 하며, 사활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생각해 최소 기능만 유지하도록 부품을 줄이거나 질 낮은 부품을 공급해 피해를 초래하면 기업이 입을 타격은 상상 이상이다. 최근 발생한 여러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기업 기술과 품질은 인증으로 나타난다. 인증에는 개별기업은 물론이고 단체, 국가 등 다양한 운영주체가 있다. 운영주체는 다르지만 우수와 불량을 구분하는 인증기준을 제시한다는 동일한 목표가 있다. 이제 국민 안전을 도모하고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인증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정부, 단체, 회사에서도 이번 기회에 인증기준 점검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를 적용하는 기준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최근 자동차 연비 오류 문제로 뼈저리게 배웠다. 연비를 측정하는 기준이나 측정 방법이 너무 오래되고 현실에 맞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물론 중복되거나 불합리하고 과다한 인증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면 빨리 개선해야 한다.
기업도 인증을 규제나 부담이 아니라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보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세계적인 경제 여건이 악화한 때일수록 기술과 품질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단순히 경쟁 기업이 인증을 획득해서, 시장이 요구해서, 홍보가 필요해서 등과 같은 차원이 아니라 보다 높은 차원에서 인증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인증을 비용이나 불편한 규제로 느껴왔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인증은 비용이 아니라 이익이며, 불편이 아니라 편한 도구다. 규제가 아니라 시장에 뿌리내리도록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산업 선진국들은 대부분 인증을 가지고 있고 인증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가 인증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조기성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장 kscho@kt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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