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5>특허 분쟁의방패 `특허 무효`

특허소송은 누가 혁신기술을 먼저 개발했는지를 가리고, 정당한 특허권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침해 금지나 보상을 하는 것이다. 특허소송은 특허권자에만 유리하지 않다. 다른 법적 소송과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원고와 피고에게 창과 방패를 제공한다. 원고에게는 문언상의 침해나 균등론 침해라는 공격 수단을 제공하지만, 피고에게는 비침해나 특허무효라는 방어수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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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란 선행기술과 대비해 새롭고 진보한 기술에 부여한다. 특허청이 심사라는 행정적인 절차로 부여하지만, 심사관이 선행 기술을 놓칠 수 있다. 그러므로 등록된 특허라도 법정소송에서 신규성이나 진보성 결여로 무효화될 수 있다. 국제특허분쟁에서 특허무효 시도는 단골 메뉴다.

청구항에 기재된 요소기술의 조합이 A+B인데, 발명시점에 이미 앞선 선행기술로 A와 B가 하나의 문헌에 존재한다면, 특허는 신규성 결여로 무효다. 국내에서는 출원 전 같은 기술의 공지문헌이 존재하면 본인 논문이라도 신규성 상실로 무효다. 미국에서는 1년 예외기간이 있어, 출원 1년 이전에 공지문헌이 있으면 자기 발명이라도 무효다.

선행기술로 A와 B가 따로 존재하고 있었지만, 두개를 결합하기가 용이하였다면 특허는 진보성 결여로 무효다. 청구발명이 선행기술과 동일하지 않아도 발명과 선행기술의 차이가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자명하다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신규성 결여는 드물고 진보성 결여를 가지고 다툰다. 선행기술이 존재한다는 증명으로 공지문헌을 찾게 되는데 세계 어디라도 선행 문헌이 있으면 증거로 쓸 수 있다.

수년 전 미국 월풀은 냉장고 특허를 갖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TC)에서 국내 대기업을 특허침해로 고소하고 수입 금지를 시도했다. 월풀 특허는 얼음 만드는 제빙기가 있는 냉장고 문에 얼음을 저장하고 이송하는 기술 특허다. 필자가 소송 지휘를 맞아 처음에는 특허는 유효하나 청구항 해석상 비침해로 ITC판사가 승소판결을 했다.

그러나 위원회가 판사 판결 청구항 해석을 확장하고 비침해를 번복하는 바람에 재심을 하게 됐다. 월풀 특허를 원천적으로 무효화시키기 위해 월풀 발명 이전에 제빙기는 파나소닉이 개발했었고, 얼음 저장과 이송 장치는 히타치가 개발했었다. 두 기술을 조합하면 월풀 특허 기술이 용이하게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결국 ITC는 이를 받아들여 월풀 특허를 무효로 선언하고 수입금지라는 큰 걸림돌을 제거했다.

특허를 무효화하려면 특허소송을 밟거나 미국 특허청 재심사, 한국 특허청 무효심판을 요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청이 심사를 거쳐서 등록된 특허를 무효화하기는 절차와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정 기술 분야 특허를 모아서 포트폴리오화 하면, 한두 건은 무효가 되더라도 전체를 무효화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특허로 수익을 올리는 특허비즈니스에서 특허포트폴리오 단위로 라이선싱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고충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ck.ko@i-disco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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