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취업 철이다. 아무리 취업이 어렵다 해도 취업 철이 되면 대학 졸업반 학생들은 여기저기 입사 원서를 넣고 좋은 결과를 기다리게 마련이다. 요즘 대학교수는 학문 연구에만 매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을 다뤄야 한다. 특히 취업 철이 되면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그들의 부모님이 했던 것마냥 한 곳이라도 더 원서를 넣어 면접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때로는 기업에 직접 찾아다니며 주선하기도 한다. 또 원서를 넣고 취업 면접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조언하면서 꼭 합격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주기를 바란다. 그 마음은 어머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국내 유수 기업에서 임원을 하며 면접을 진행하기도 하고 면접 심사관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면접에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나 모습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나름의 식견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언어 능력과 기본적인 스펙을 갖췄고 외모도 빠지지 않는데도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모자라는 부분이 보였다. 나는 `이것 하나만 고치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에 한마디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얼굴이 굳어지며 마땅찮은 표정을 드러냈다.
나는 그때 `이젠 윗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단점을 지적하고 충고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구나`라고 느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가 요즘 학생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고 말았다.
`왜 취업을 해야 할까` 하는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취업은 끝이 아니다.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원이 임원이 되는 것은 통계상으로 10% 정도라고 한다. 함께 입사한 동기의 90%는 중도에 탈락한다는 것이다. 10% 안에 들어서 임원이 되는 것은 경험적으로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90% 정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상을 바라본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취업 면접에서부터 생각하기 바란다. 단순히 남들이 취업하니까 따라서 하는 취업보다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취업으로 무엇을 얻을 것인지 고려하기 바란다.
취직이라는 용어 대신에 `취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단순히 직장을 구한다는 의미에서 벗어나 평생을 벗 삼아 갈 수 있는 `업(業)`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뜻에서다. 2040년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평균 90세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다시 `업`을 구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취업하려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25∼30세일 것이다. 이들이 3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한다면 그때는 2042년이 될 것이고 그때쯤이면 대략 55∼60세가 된다. 정년퇴직을 한 후에도 평균적으로 30∼35년은 살 시간이 남게 된다.
물론 지금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비관적 생각을 주입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너무 현재에 몰입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뿐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생업을 따로 가지고 주경야독하면서 대학원에 다니는 사람이 많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 학교를 나와서 알 만한 곳에 근무하고 있거나 퇴직해서 자신만의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그 일을 찾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좀 더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대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요즘 학생들 처지가 더 안타깝다.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도 함께 가르쳐야겠다.
김중규 호서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jgkimj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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