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지표가 카드부실 대란, 리먼 사태 때보다 더 얼어붙었다.
내년 설령 수출이 되살아나더라도 내수 위축이 지속되면서 상당기간 불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5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명목) 증가율이 2.5%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2.5% 증가율은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7.1%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2.6%와 카드사태 본격화 연도인 2003년 2.8%보다도 낮다.
소비증가율 하락은 내수 악화로 곧바로 연결된다. 올해 하반기 이후 실제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소비증가율은 2.5%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리먼사태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데도 소비증가율이 턱없이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현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하나의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가계 자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이자 지급액이 부채 순증액을 웃도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겹치면서 단기간 내 내수·소비가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8%를 기록하는 데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민·관을 통틀어 예측한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대 전망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 예측치 3.2%, 한국개발연구원(KDI) 3.4% 보다 0.4%P, 0.6%P씩 급락한 것이다.
금융연구원도 내년 소비심리 위축, 가계부채 상환 부담,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2.1%로 올해 1.4%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경기 회복과 함께 수출 증가세는 소폭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내수는 당분간 둔화된 흐름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