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훈의 디지털 확대경]독도의 날에 뒤통수 맞는 우리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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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사고를 쳤다. 구글 맵에서 독도의 한국 주소를 삭제한 데 이어 동해 또한 일본해로만 표기했다. 지도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면서 일본 주장을 전폭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이런 사실이 확인된 것 다름 아닌 10월 25일 `독도의 날`이다. 황당하다.

이전에는 구글 맵에서 독도를 검색하면 독도 지도와 함께 주소 `울릉군 울릉읍 독도 이사부길 63`이 나왔다. 지금은 검색결과로 `리앙쿠르암`이란 영어 명칭이 나타나고 주소는 온데간데없다. 주변 바다는 `일본해(Sea of Japan)`로 표시된다. 그게 구글의 글로벌 정책이란다. 어이가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부터 다케시마로 검색이 안 되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구글에 항의했다. 7월에는 일본 시마네현의회 내 다케시마 영토권확립의원연맹이 구글에 시정 요청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은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됐다. 우리 정부도 그 내용을 안다. “설마 그런 억지가 통하겠어?”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뒷짐을 지고 있을 때 일본과 구글은 설마를 현실로 바꿔놓았다. 충격이다.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독도에 관한한 조용한 외교를 견지해왔다. 헌데 이번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조용한 외교에 몰입하며 지켜야 할 것도 지키지 못한 안일함의 결과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야외에서 흔히 하는 단체 대항 색깔판 뒤집기 게임이 있다. 게임 참여자를 청팀과 백팀 두 그룹으로 나눈다. 광장에는 앞면은 청색, 뒷면은 백색인 색깔판이 색깔별로 같은 수만큼 놓여있다. 정해진 시간에 이 색깔판을 자기 팀색깔과 같은 색으로 많이 뒤집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상대방이 뒤집어 놓은 색깔판을 내팀 색깔로 다시 뒤집으려 사방팔방 뛰어다니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건 민첩성과 인내심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다케시마, 일본해를 세계 각국 지도에 표기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그에 비하면 우리의 노력은 일천하다. 세계 주요 지도의 독도표기 실태를 조사해 본 적조차 없다. 정부가 독도대책반 가동해 내년에 이를 처음 한다고 하니 일본에 비해 뒤쳐져도 한참 뒤쳐졌다. 내년 우리나라 독도 홍보예산은 일본 85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24억5000만원이다. 우리가 느긋하게 관망하는 사이 분주히 움직이는 일본에 의해 색깔판은 그들의 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내년에도 또 그럴 것이다.

일본은 교과서까지 왜곡하며 학생에게 틀린 역사관을 주입한다. 이에 반해 우리는 월등히 우수한 문명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사를 배울 필요 없다 한다. 2005년 국사를 수능 선택과목으로 변경하는 우를 범했다. 올해 뒤늦게 고교 3년간 85시간을 배워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다시 바꿨지만 대입 수능에선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남아있다. 이건 배워도 그만 안 배워도 그만이다. 6·25전쟁이 어느 해에 발발했는지 모르는 청소년이 60%나 되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그러니 학생이 독도문제를 비롯한 우리 역사를 학교가 아닌 언론 뉴스와 TV 역사드라마를 통해 배우고 감동한다. 서글픈 현실이다.

이런 식이라면 수십 년 후 정부와 언론이 아무리 독도는 우리 땅이고 동해가 바른 표기라 침 튀기며 말해도 외국인은 물론 우리 국민까지도 고개를 가우뚱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이 바라는 바다. 국민이던 외국인이던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조용한 외교와 홍보력 부재는 분명 다른 말이다. 역사 사실 홍보를 대내외적으로 강화하지 않는다면, 일본보다 더 빨리 색깔판을 뒤집지 않는다면 일본 땅을 우리가 억지 지배하고 있다는 식의 오해를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 반드시 고쳐야 할 현실이다.


최정훈 성장산업총괄 부국장 jh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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