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모바일이 성장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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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농부들은 틈만 나면 휴대폰을 켜고 `8빌리지`에 접속한다. 농산물 가격이나 기상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이 남긴 농산품 리뷰를 읽고 전문가 상담까지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이처럼 스마트한 농부가 60만명이나 된다.

인도 남부 케랄라 지역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잡은 고기를 모두 이 지역에서만 판매했다. 다른 지역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 휴대폰이 보급된 이후 4년여 만에 60%가 넘는 어부들이 휴대폰을 이용해 다른 지역 수산물 가격을 체크해 판매지역을 크게 확대할 수 있었다.

`모바일`이 개발도상국가 성장엔진에 불을 붙이고 있다. 도로나 인터넷 등 기본 인프라 부족으로 단절돼 있던 개인, 도시, 자원 등이 긴밀히 연결되고 있어서다.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사례에서 보듯 농부와 어부까지도 휴대폰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시장정보에 간단히 접속하게 된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모바일 기술이 기업가 정신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지역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쉽게 소비자나 시장정보, 자본시장,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75%의 국민이 하루 2.5달러밖에 벌지 못하는 인도네시아는 정부가 나서 `루마(Ruma)`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휴대폰을 통해 개인 창업자와 투자자,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루마에는 현재 1만5000여명이 창업해 활동하고 있으며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만 150만명이나 된다. 루마 창업자의 82%가 여성일 정도로 사회적 약자에게 큰 기회가 되고 있다. 창업자의 47%는 루마를 이용하기 전보다 수입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2008년 휴대폰을 통해 농산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에티오피아 상업거래 프로그램`을 도입해 농부들이 가격 흥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은행 인프라가 부족한 케냐에서는 `사파리콤`이라는 업체가 휴대폰을 이용한 송금서비스를 선보여 12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모바일 경제`가 개발도상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컨설팅업체 부즈컴퍼니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와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에서 모바일폰을 이용한 소규모 사업자들이 GDP의 38%를 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다폰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국가에서 모바일 가입자가 1% 증가할 때마다 GDP가 0.5~0.6%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퀄컴과 함께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8개국 성인 42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93%가 모바일 기술이 기업가 정신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도네시아가 98%, 미국 87%로 대체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 모바일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대럴 웨스트 부소장은 “모바일 기술은 세계 각국에서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경영이나 마케팅 기법, 신용문제, 자본시장 육성 등의 문제점이 해결된다면 모바일 기술은 경제 발전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