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식재산 주무 부처인 특허청이 중앙책임 운영기관으로 지정된 지 6여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기관 재량권이 없어 책임 운영기관으로서 역할이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정부부처 중 유일하게 특허 출원과 등록료 등을 통해 자체 수입이 있는 특허청을 중앙책임 운영기관으로 지정했다.
다른 부처와 달리 정부 예산을 받지 않아도 자체 운영이 가능한 특허청에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기관 스스로 책임 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직·인사 관리와 예산 편성에 자율성을 부여해 독립기관 성격을 명확히 했다. 성과가 나면 기관장이 재량껏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 경영 방식의 기관을 표방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 취지는 설립 6년차지만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무늬만 책임운영 기관일 뿐 실제 이를 뒷받침할 관계 법령이 일반 중앙부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청이 중앙책임 운영기관이라 하더라도 조직과 정원은 정부조직법과 직제 등 관련 법령에 따르도록 돼 있다. 일반 부처와 다를 게 없다. 책임 운영기관이지만 37개 부처 소속 책임 운영기관과 형평성에서 어긋난다. 소속 책임 운영기관은 기관장이 계급별 정원의 30%이내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대체 채용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인사관리 법령도 일반 부처와 다르지 않다. 정부는 2006년 특허청을 중앙책임 운영기관으로 지정됐을 당시 3급 이상 공무원 임용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2년 후인 2008년 법령을 개정해 일반 부처도 중앙책임 운영기관과 동일하게 인사할 수 있도록 해 특허청과 차별성이 없어졌다. 소속 책임 운영기관이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소속 공무원 인사권(3급 전보권, 4급 이하 임용권)을 행사할 수 있고, 공무원 임용 시험을 자체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예산과 회계 관리도 특허청 자체 재량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사나 조직 법령과 달리 기관에게 일부 재량권을 주고 있기는 하나 실질적으로 관련 보고 체계가 복잡해 특허청에서 사실상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법령에서는 연간 발생하는 초과 수입금에 대해 기재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 초과 수입금의 10%를 초과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허청이 이 규정을 사용한 건 딱 한 번이다.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된 다음해인 2007년 초과 수입금 595여억원 중 4.5%를 법 규정에 따라 활용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정부가 기획재정부와 감사원에 사용 내역을 통보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사실상 초과수입금 사용을 중단했다. 이 후 지금까지 특허청은 매년 200억~300억원대 초과 수입금이 발생해도 사용하지 않고 차기년도 예산에 이월시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지식재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식재산 주무 부처인 특허청이 초과 수입금을 특허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변리사는 “한 해 200억~3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지식재산 대중화와 관련 지식재산 서비스업 활성화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 내부에서도 책임 운영기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짙다. 정인식 행정관리담당관은 “현재로서는 책임 운영기관이라는 타이틀은 큰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당초 취지대로 기관에 예산 편성이나 집행 자율성을 준다면 급변하는 글로벌 특허 흐름에서 특허 정책을 보다 긴밀하게 대응하고 액티브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책임 운영기관, 소속책임 운영기관, 일반부처 현황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