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국내 벤처 자금 시장, 해법은 M&A 활성화

`꼬인 한국 시장, 쑥쑥 풀리는 미국 시장.` 최근 두 나라의 벤처투자 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최고 벤처생태계를 갖췄다는 실리콘밸리 중심 미국 벤처투자 시장은 우리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벤처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수(Exit)`다.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가 양대 회수처다. 경기 불황기에 IPO가 부진하면 M&A시장이 완충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회복기도 아닌데 미국에선 나스닥 IPO시장이 활기를 띤다.

상반기 벤처캐피털 투자사 공모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벤처캐피털이 IPO시장에서 30건을 회수한 가운데 벤처캐피털 투자사의 전체 공모금액이 무려 185억7800만달러에 달한다. 상반기 실적이지만 2001년 이후 연 기준 최고치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올해 기업 가치를 높게 받은 벤처가 다수 나타난 결과다. 벤처캐피털의 지분 비중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0%만 가정해도 18억5780만달러를 회수한 셈이다.

그렇다고 M&A시장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상반기 벤처캐피털 M&A 회수사례는 204건에 이른다. 지난해 489건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M&A 회수 가액(가치)을 공개하지 않지만 IPO시장만큼 좋을 것이라는 게 시장 분석이다. 애플발 특허전쟁으로 우량 발명과 특허를 보유한 벤처 가치가 올랐다. 구글 등 이미 성공한 벤처가 공격적으로 인수전도 벌인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시장이 답답할 뿐이다. 단적으로 코스닥 시장이 좀체 오르지 못하는 가운데 IPO시장도 열리지 않는다. 최근 IPO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지만 상반기까지 코스닥 IPO기업 수가 7개사에 불과했다. 17일 현재 19개사다. 지난해 63개사, 2010년에 76개사였다. 2010년과 지난해 각각 26개사와 30개사를 IPO로 자금을 회수한 벤처캐피털은 상반기에 그 수가 3개로 급감했다. 미국에는 IPO시장이 막히면 M&A가 대체시장으로 부상하지만 우리는 그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 벤처캐피털 회수 시장이 콱 막힌 것이다.

이 분위기가 그대로 벤처캐피털 펀딩(자금조달)에 영향을 주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고수익을 실현하자 민간에서 투자자(LP)를 자처하며 벤처캐피털 문을 두드리는 반면에 우리는 시장이 제 역할을 못하자 민간도 관심을 끊는 형국이다.

마땅히 해법도 안 보인다. 김형수 벤처캐피털협회 전무는 “민간이 벤처캐피털 시장에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 정책적 배려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운영했던 연기금의 벤처투자 양도차익 비과세 등 조세측면에서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각에선 12월 말 개설 예정인 중소기업전문투자자시장인 `코넥스`를 빠른 시일 내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윤권 L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가 활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 효과가 거의 없었다”며 “코넥스에 오르는 기업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다시 한 번 벤처 붐이 일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전향적으로 벤처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몇몇 대기업이 벤처에 제 가치를 주고 인수에 나선다면 벤처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대선 정국에 경제민주화 논쟁까지 벌어진 마당이다. 아무래도 소극적인 대기업들의 M&A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이래저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