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라는 말은 나무나 풀의 원줄기에서 뻗어 나온 줄기라는 뜻이다. 나무의 가지는 나무 줄기에서 뻗어 나온 또 하나의 줄기다. 가지가 하나면 `한가지`고 여러 개면 여러 가지다. 한가지는 형태, 성질, 동작 따위가 서로 같은 것이라는 뜻이고, 여러 가지는 여러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한가지로 말할 수 없는 상태를 지칭한다.
가지가 여러 개라서 마치 한가지처럼 보이는 것을 두고 `마치 한가지`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마치 한가지가 바로 `마찬가지`다. `마치`는 `비슷하게`라는 뜻이고 `한`은 `하나의`라는 뜻이며 `가지`는 `종류`라는 뜻이다. `마치`와 `한가지`가 합쳐져 `마치 한가지`가 되었고 결국 `마찬가지`로 변했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마치+(한+가지)`에서 `마+(치한)+가지`에서 `치한`이 음운축약을 일으켜 `찬`으로 변해 결국 마찬가지라는 말이 탄생된 것으로 보인다.
나무를 관찰하다 보면 `여러 가지` 뿌리에서 하나의 줄기가 나온다. 하나의 줄기에서 `여러 가지` 가지가 각자의 방향으로 자란다. `여러 가지` 가지는 가지각색의 꿈을 꾸면서 자라지만 모든 가지는 다 처음에는 하나의 줄기에서 성장한다. 하나의 줄기에서 자라는 `여러 가지 가지`는 다 다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한 그루의 나무에서 자라는 `마찬가지`다.
처지는 다르지만 주장하고자 하는 의도와 의미는 마찬가지인 때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나뭇가지도 각자 다른 방향으로 자라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뿌리를 근간으로 자라는 하나의 줄기에서 나온 마찬가지다.
나뭇가지는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힘들게 버티면서 때로는 부러지고 꺾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나뭇가지는 비바람을 탓하거나 좋지 못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다른 나뭇가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하늘로 향하는 꿈을 꾸면서 자란다.
나뭇가지에서 깨달은 가지각색의 꿈과 여러 가지 나뭇가지지만 하나의 나무로 귀결되는 마찬가지의 정체성, 어떤 상황에서도 나무라지 않는 나무에게 오늘도 배운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주어진 자리에서 운명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나무의 의연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