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우주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

인간이 우주에 가다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우주 개발에 반대한다. 그 돈으로 불쌍한 인류를 돕는 게 훨씬 이득이다. 우주를 넘보기엔, 인간은 지구를 너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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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엘리베이터 상상도. 탄소 나노튜브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둥을 타고 엘리베이터가 우주로 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이언스 포토 라이브러리, BBC에서 재인용>

지구조차 아직 미지의 세계다. 하지만 달에 옥토끼가 사는지, 화성에 오징어 괴물이 사는지 알고 싶은 건 나도 어쩔 수 없다.

`천조국(千兆國:경제력이 풍부하다는 의미의 신조어)`으로 불리는 미국은 확실히 돈이 많은가 보다. 작년과 올해 굵직한 우주선을 두 기나 발사했다. 8월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착륙했을 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작년 11월에 출발해 9개월 만에 도착했다는데 갑자기 화성이 이웃나라라도 되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큐리오시티를 발사하기까지 2조8000억원이 들었다는 말을 듣고는 가슴이 더욱 두근거렸다.

천조국은 백성들도 돈이 많다. 이달 9일에는 민간우주선 `드래곤`이 우주정거장으로 떠났다. 아이스크림을 싣고 갔다고 하는데 그러기엔 좀 무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드래곤의 주인 엘론 머스크가 누군가. 페이팔을 구글에 넘기고 여유를 즐기는 품격 있는 억만장자가 아닌가. 머스크는 15년쯤 뒤에 5억6000만원을 받고 화성에도 보내준다고 한다. 200만원짜리 월급을 꼬박 23년 모으면 되니까 참 쉬운 화성여행이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 데이비드 혼을 만났다. 아직도 `국제우주엘리베이터 컨소시엄(ISEC)` 의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버리지 못하는 친구다. `엘리베이터 다단계 업체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고 지냈으나 오늘만큼은 관심이 갔다. 큐리오시티와 드래곤보다 싸게 우주에 보내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자네 우주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가. 볼트 하나만 잘못 끼워도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지. 항상 발사 성공을 장담하지도 못하니 답답한 노릇이야. 26년 전 챌린저호 폭발사건을 기억하지? 7명의 승무원이 하느님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 이 땅을 벗어난 비극적 사건 말일세.” 혼이 말했다.

역시 고수는 다르다. 처음부터 돈 이야기를 꺼내는 법이 없다.

“돈도 너무 많이 들어. 우주선을 발사하는 데 킬로그램당 1만6700달러가 든다고 하더군. 우주선 하나가 몇 톤쯤 되지 않나? 그거 어지간히 돈이 많지 않고선 꿈도 못 꿀 일이라네.” 혼은 정확한 숫자를 기억하고 있는 자신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다단계가 틀림없다. 슬슬 돈 이야기를 꺼낸다. 하지만 그런 꾐에 쉽게 빠질 내가 아니다.

“그럼, 우주선 없이 달에 갈 방도라도 있단 말인가?” 내가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되네.” 혼이 받아쳤다.

“장난하나.” “아니.” “거짓말이면 날 다신 못 보네.” “진짜면 어쩔 텐가.” “…….”

“100여년 전부터 SF 작가 아서 클라크 같은 사람을 시작으로 `우주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라는 개념이 이어져 왔네. 이를테면 지표면에서부터 달까지 거대한 기둥을 설치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올라가자는 거지. 간단한 거야.”

“말이야 쉽지.”

“그래 맞았어. 문제는 어떻게 그 긴 기둥을 설치하냐는 거야. 우리도 바보가 아니라네. 그걸 연구하려고 국제우주엘리베이터컨소시엄을 만든 것 아닌가. 우리가 생각하는 구조는 한국의 `죽부인`과 같은 모양이야. 사슬이나 케이블을 벌집 모양으로 꼬아 가운데가 텅 빈 긴 원통을 만드는 거지. 그래야 중력을 견딜 수 있거든. 이 원통을 만드는 데 적합한 소재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지금까지 찾아낸 최적의 물질은 `탄소 나노튜브`라는 거야.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유연하지. 우리 컨소시엄에서는 매년 모여 탄소 나노튜브의 설계 모형을 토론하고 있는데 공학적으로 완벽한 모형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다네.”

나는 혼을 의심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세상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하겠지만 이런 무모한 열정이 세상을 바꾸는 것 아니었던가. 이 무모한 건축물이 큐리오시티나 드래곤보다 저렴한지가 궁금해졌다.

“어림잡아 최고 500억달러 정도가 들 것 같아. 그래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건설하는 비용보다는 싸다네. 게다가 두고두고 사용할 수가 있지. 기둥이 세워지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건 쉬운 일이야. 킬로그램당 100달러 정도면 갈 수가 있어. 국제선 퍼스트클래스 비용 정도면 우주에 갔다 오는 셈이지.”

“그런데 누가 이런 건축물을 자기 나라에 세우라고 하겠나?”

“우리가 염려하는 점도 그거야. 당국으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거지. 우리 공학자들은 기술 개발밖에 모르는데, 항상 정치가 이러쿵저러쿵 재고 자르고 막고 가리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탄소 나노튜브의 최적 모형을 개발하는 것보다 당국의 건설 허가를 받는 일이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어. 참, 지구에서 달까지 닿는 전선을 구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라네.”

우리나라에 이런 걸 짓는다고 하면 아이들에게 위험하고 남성성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심의에 걸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가 된다. 하지만 상상력과 무모한 도전을 막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이야말로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다!

“혼, 자네는 자네의 꿈을 믿나?”

“마지막 관문만 극복하면 우주 엘리베이터가 현실이 될 것으로 굳게 믿네. 지금 인류가 가진 물질만 가지고도 가까운 미래에 달까지 도달하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할 것으로 확신한다네.”


자료:BBC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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