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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姜太公) 하면 오늘날 낚시꾼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러나 강태공의 직업은 어부가 아니라 농부다. 정확히 말하면 인생의 대부분을 가난한 농부로 살다 여든 살이 돼서야 군사(軍師)로 발탁된 인물이다. 아내와 주변 사람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무려 80년간 글만 읽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썩 괜찮은 벼슬자리가 들어와도 “그따위 하찮은 일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참다못한 아내가 나이 일흔 살 즈음에 집을 떠나갈 때도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높은 벼슬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왜 나를 버리고 가냐”며 그녀를 말렸다.
강태공은 이후 홀아비로 유랑 생활을 하다 나이 여든 살에 우연히 주나라 군주 서백 창(昌)을 만난다. 그날도 강태공은 물가에 바늘 없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자신을 낚아줄 주군을 기다렸다. 미끼도 걸지 않은 채여서 찌는 수면 위로 3척 정도 올라간 곳에서 대롱대롱 흔들렸다. 머리가 좋아 한번 글을 읽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그가 고기 낚는 방법을 모를 리 없다. 강태공은 그곳에서 정말 기회를 낚고 있었다. 무심히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가올 기회를 준비하며 기다렸다. 강태공을 낚시꾼의 대명사로 부르는 이유다.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모바일 게임이 물을 만났다. 원조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가 창업한 15년 전만 해도 휴대폰용 게임 시장은 전무했다.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무슨 게임을 하냐며 코웃음을 쳤다. 이런 이들도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긴다. 소셜네트워크게임(SNG) 타이니팜은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120만명이 접속한다. `휴대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게임기`라는 신념으로 버틴 결과다. 박지영 컴투스 사장은 “지난 15년은 끝없는 생존 싸움이었으며,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한다.
모바일 게임이 뜨면서 관련 주가는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시가총액도 컴투스가 7500억원, 게임빌이 6600억원에 이른다. 연초와 비교하면 컴투스는 300%, 게임빌은 70% 이상 기업가치가 올랐다. 위메이드 시가총액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카카오톡의 힘을 실은 애니팡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폭발력을 입증했다. 일 사용자 1000만명, 동시접속자 200만명을 돌파하며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다. 월매출 100억원 달성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기회는 한번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80년의 세월 동안 준비한 강태공은 결국 주나라 군사가 돼 중국 천하를 통일하는 대업을 이룬다. 그 공로로 고향인 산둥반도 일대를 봉토로 받고 제(齊)나라 왕이 돼 금의환향(錦衣還鄕)한다. 고향으로 행차하던 날 도망간 아내가 다시 찾아와 용서해 달라며 머리를 조아린다. 강태공은 물 한 사발을 길바닥에 뿌리며 `다시 주워 담아 보라`고 말한다. 황금인지 돌인지 구분할 줄 모르는 아내가 굴러 들어온 복덩어리를 발로 찬 격이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세상에 일어나는 변화와 기회를 어떻게 읽고 대응하는지는 각자 몫이다. 그러나 준비한 사람과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미래를 내다보는 상상력으로 비행기를 설계한 후 500년이 지나 실제로 비행기가 만들어졌다. 언젠가 날아오를 준비를 한 사람에게는 그만큼 기회도 많아진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로 상징되는 모바일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하루에도 수천만, 수억 명의 사람들이 네트워크에 접속한다. 모바일 게임은 대한민국이 새로운 기회의 바다에서 반드시 낚아 올려야 할 대어(大魚)다.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