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친환경 시장 `에코디자인`이 연다<2회>진화하는 에코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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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디자인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 구체적인 개념이 정립된 점을 고려하면 기업과 시장 속으로 빠른 확산을 보이고 있다. 신속한 확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오랜시간 제품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 각 국은 단순히 에코디자인의 확산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진보된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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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환경보호 전략의 발전 과정.

◇에코디자인의 탄생

에코디자인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전문가들은 기업이 에코디자인 관련 활동을 시작한 구체적 시기에 대해 각자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하지만 기업이 오염원에 대한 시선을 공장굴뚝·폐수처리시설에서 제품으로 옮기면서 사후 처리가 아닌 예방 차원으로 인식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에코디자인 활동이 시작됐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1970년대 이후 환경보호는 자원고갈 위기의 대두, 대규모 오염사건 발생, 각종 오염방지법 제정 등에 따라 전자제품 제조기업에게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970년대에는 액체·고체·폐가스 처리를 위해 전통 방식인 사후처리기술(end of pipe) 접근법이 활용됐다. 하지만 1980~1990년대로 넘어가면서 폐기물 배출 저감과 에너지 소비 최소화를 지향하는 사전예방(middle of pipe) 접근법 개념으로 변하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오염 예방에 대한 관점이 제품 자체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2002년 ISO14062(제품 설계 및 개발에 환경측면을 통합) 등 에코디자인 개념을 다룬 국제 표준이 제정된다. 가격·안전 등 요소와 함께 환경이 제품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주목 받게 된다.

ISO14062가 제정된 이듬해인 2003년, 그간 정책적인 부문에서는 크게 활발하지 않았던 에코디자인에 대한 논의는 유럽연합(EU)의 통합제품정책(IPP, Integrated Product Policy) 전략의 등장으로 본격화됐다.

IPP는 제품의 전 과정(원료 취득과 가공, 제품 생산·유통·사용·폐기)에서 환경영향을 감소시키고 자원사용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를 제작할 경우 생산 단계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폐기할 때에는 재활용이 쉽도록 해체가 어렵지 않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은 IPP의 기본원칙으로 △제품 소비에 의해 발생하는 폐기물의 감소와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방법 △보다 환경적으로 건전한 제품으로의 혁신에 목적을 둔 방법 △보다 환경적으로 건전한 제품의 시장 형성을 위한 방법 △제품사슬 상하정보 전달을 위한 방법 △제품 시스템의 환경부하 관리에 대한 책임할당 방법 등을 제시했다.

IPP의 등장은 제품의 전 과정 중 일부 단계만 오염을 제어하던 기존 환경정책 프레임워크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EU의 환경집행위원인 마고 월스트로는 “IPP는 환경보호를 위한 새로우면서도 유망한 접근법”이라며 “제품 전 과정의 각기 다른 단계에서 제품이 미치는 환경 영향의 감소를 이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사실상 IPP의 범주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전자제품 제조기업도 IPP 정책 등장 이후 사내 에코디자인 프로세스 등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IPP의 핵심 이슈인 `생애주기 중심`의 제품 개발을 촉진하려는 취지에 따라 기업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품의 환경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2005~2006년에 IPP는 EU의 전기전자제품 유해물질 사용제한(RoHS) 등을 마련하는 정책적 근거로 작용했으며 국내 전자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에코디자인 `업그레이드`

EU의 환경정책은 IPP에서 그치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는 2008년 `지속가능한 소비·생산 산업정책에 관한 실행계획(SCP/SIP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제품의 생산뿐 아니라 소비도 지속가능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SCP/SIP실행계획 하에서 EU는 소비자의 지속가능한 제품 사용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사용단계의 정보 제공을 권고·강제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2005년 발효된 EuP지침(에너지 사용제품에 대한 에코디자인 지침)이 2009년 ErP지침(에너지 관련제품에 대한 에코디자인 지침)으로 개정돼 기존 전자제품 등에만 적용되던 에코디자인 규정이 타이어·창문 등 에너지와 관련 있는 제품으로 확대되는 배경이 된다.

SCP/SIP실행계획은 에너지·환경 라벨링 정책개선, 공공구매를 포함한 친환경제품 인센티브 제도 확대 등의 형태로 진화됐다. 2003년 IPP는 폐기 단계에 머물러 있던 오염 방지에 관한 시선을 제품 전 과정으로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2008년 SCP/SIP는 지속가능한 제품 사용을 강조하며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통제하려는 EU 집행위원회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EU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롭게 지속가능한물질관리(SMM, Sustainable Material Management)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SMM은 물질 추출, 생산과 이용, 재활용·처분 등 물질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환경 피해 요소를 배출하지 않고 물질순환 안으로 들어오게 해 환경보전과 자원 사용의 경제적 효율성 제고를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SMM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목적으로 2005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SMM이 IPP, SCP에 이어 차기 EU 환경정책의 중심 전략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기존 에코디자인 규정에 재질의 선택, 재활용 용이성 설계 항목과 같은 `물질`과 관련된 에코디자인 수행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유럽연합공동연구센터(EU JRC)는 자원 효율성을 기존 제품관련 정책에 통합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에코디자인 정책의 중심이 되는 EU의 결정에 따라 국내외 전자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소박스/ 우리나라 에코디자인 정책은

제품 환경성에 대한 해외 규제 강화와 친환경 제품의 시장수요 급증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에코디자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실제 EU 지역 수출제품의 70%가 환경규제 대상품목으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전기·전자, 자동차가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다양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에코디자인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지원법에서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산업기술원의 역할 중 △녹색제품 생산·판매와 유통촉진을 위한 지원 △환경산업·기술, 녹색경영·제품과 관련된 정보의 수집·활용·교육·홍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에서도 정부의 역할로 `친환경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지원`을 제시했다.

환경부의 에코디자인 보급·확산사업은 지난 2001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2001년부터 5년간 추진한 에코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운영·교육 사업이 있다. 친환경적인 생산체계 구축기반을 마련하고 국내 생산제품의 환경성 향상 유도를 위해 에코디자인 일반지침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업이다. 2003년부터는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산업계에 전파하기 위해 보급·확산 사업을 5년간 실시했다.

2008년부터 3년간 EU의 EuP지침, ErP지침 대응을 위한 일반·품목별 매뉴얼을 만들어 산업계에 보급했으며, 2009년부터 지금까지 컨설팅 기관과 연계한 현장 진단·지도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에코디자인 이슈보고서 발간, 에코디자인 CEO 포럼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에코디자인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도 다양하다. 2005~2008년에는 산업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2009년부터 2년간 아주대·건국대·포스텍·영남대 등 4개 대학에서 특성화대학원 커리큘럼을 운영했다.

특성화대학원에서는 실습 중심의 현장적용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기업 실무자 초청 세미나, 기업 현장견학, 조별토론 등 학생들이 기업 현실을 이해하고 에코디자인 접근방향을 수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09년에는 4개 대학에 총 18개 교과목이 개설돼 전문인력을 120명 양성했다. 이듬해에는 총 24개 교과목이 개설됐고, 전문인력 149명을 배출했다.

지난해에는 에코디자인 중장기 발전로드맵이 수립됐다. 로드맵은 그간 부처별로 추진한 에코디자인 주요 사업별 결과물을 평가하고 산업계 실효성 등 성과와 개선 필요사항을 분석했다. 해외 에코디자인 선도정책을 조사해 분석했으며,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중장기 전략과 세부과제를 도출했다.

로드맵은 2016년까지 △지속가능 디자이너 4500명 양성 △제품 지속가능성 평가 체계 확립 △제품중심 지속가능 경영체제 구축 기업 10개 확보 △한국형 에코디자인 법률제정 및 시행 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소박스/ 최신 에코디자인 정책, 인터넷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IT강국답게 에코디자인 정보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보다 정확하고 새로운 정보가 원활히 전달돼야 산업계가 세계적인 흐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환경경영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일환으로 에코디자인 정보시스템 웹사이트(http://ecodesign.konetic.or.kr)를 만들었다. 에코디자인 법률·정책, 우수 기술·소재·부품·제품사례 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하고 있다. 2008년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총 606건의 DB를 구축했으며, 올해 180건을 추가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DB 확보를 전문 컨설팅 기관에 의존하고 있어 자료 품질에 한계가 있고, 웹사이트 방문자는 늘어나는 반면 DB 이용자는 방문자의 50%에 불과하다는 부분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유럽·미국·일본 등 선도국의 주요기관(EcoDeNet, EPA, IGPN, UNEP, ZVAI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우수 DB 확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DB 검수를 위한 전담인력을 배정하는 한편 검수절차도 체계화 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