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장비업체 시스코가 자사 제품을 이란에 판매했다는 이유로 중국 ZTE와의 판매권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시스코와 미국 상무부(USCD) 등의 조사에 따르면 ZTE는 시스코의 인터넷 라우터 장비를 이란텔레콤컴퍼니(TCI)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는 기술유출 위험을 이유로 통신장비 이란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시스코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ZTE와의 판매계약을 즉시 해지했다. ZTE는 아시아(일본 제외)와 중동 지역에서 시스코 제품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 통신업계는 시스코의 즉각적인 결정이 최근 ZTE·화웨이에 대한 미 하원 보고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8일 지난 1년간 조사한 결과 중국 ZTE와 화웨이 통신장비가 사이버 공격을 통해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두 회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시스코의 계약 해지 결정은 하원 정보위 보고서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특히 10여년간 우호적 관계를 맺어오던 시스코-ZTE가 갑자기 돌아선 것은 하원 보고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ZTE가 휴렛팩커드(HP) 컴퓨터 부품과 프린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소프트웨어, 델 평면 모니터,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제품, 시만텍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 등도 이란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해 ZTE와 미국 정부·기업 간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