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중견기업국을 신설하고 내년에 내놓을 갖가지 정책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중견기업 육성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는 우리나라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지속성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인지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허리를 담당할 중견기업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동안 중견기업은 수출·고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기업이 공헌한 사회적 역할에 비해 성과는 과소평가된 측면이 적지 않다. 중견기업 정책이라는 용어도 최근에서야 겨우 자리 잡았다. 중소기업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 회사를 쪼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지 않는 기업도 많았다. 뒤늦게나마 중견기업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되는 게 다행스럽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중견기업이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는 충분하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스마트 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덕분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은 시장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끝에 지금은 시장 주도권을 단단히 틀어쥐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협력 부품 업체들이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 인탑스, 카메라모듈 기업 파트론, 인쇄회로기판 기업 대덕전자 등 일부 삼성전자 부품 협력사들은 내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을 노리고 있다. 국내 전자부품 기업들의 역량이 향상되면서 대일 무역역조 현상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연 매출 1조원을 노리는 중견기업조차 대기업의 부당한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해외 신규 거래처를 확보는 꿈도 못 꾸고, 정당한 이익조차 단가 인하 압력 탓에 숨기기 급급하다.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정치권이 부르짖는 경제 민주화라는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거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