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핵심 칩 설계 내재화…사업 경쟁력 강화
애플이 아이폰5에 탑재한 듀얼코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A6`를 자체 설계하고, 양산 칩 조달 과정에서 삼성전자 의존도를 크게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설계, 서비스까지 통합한 애플이 핵심 칩 설계마저 내재화함으로써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등에 이어 AP 조달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배제하거나 약화시킬 가능성을 열어 놨다. 치열한 특허 전쟁을 벌이는 양사 간 경쟁과 협력 구도가 바뀔 가능성도 커졌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A6 개발·생산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단순 수탁생산(파운드리)만 맡긴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플이 A6 개발 과정에서 칩 설계 및 디자인까지 완벽히 내재화했으며, 삼성전자는 단순 파운드리 생산만 맡았다”며 “A5를 비롯한 이전 애플의 AP 개발 과정과 다른 양상이며, 삼성전자의 역할은 크게 축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발주 업체의 요구 성능에 따라 삼성전자가 칩 설계-디자인-생산을 모두 맡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설계가 끝난 칩을 삼성전자가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서비스를 포함한다. 마지막은 발주 업체가 설계 및 디자인까지 끝낸 칩을 삼성전자가 단순 생산만 담당하는 것이다. A6 개발 과정이 이 마지막 단계를 따랐다.
업계 전문가는 “애플은 삼성전자와 AP 개발을 협력하면서 첫 단계부터 점진적으로 자체 개발력을 높여왔다”며 “A6부터 삼성전자에 단순 파운드리만 맡김으로써 다른 업체를 이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A5를 비롯한 이전 애플의 AP 칩 디자인 및 최적화 과정에 독자 기술을 많이 적용했다. A6부터 원천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또 32나노 미세회로 공정 능력이 있는 다른 파운드리 업체로 A6 생산을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는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스가 삼성전자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두 업체가 삼성전자보다 낮은 미세공정 수율을 높이고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지난 2008년 AP 디자인 업체인 `PA세미`에 이어 2010년에 삼성전자와 밀접한 협력 관계인 `인트린시티`까지 인수하며 반도체 설계 능력을 서둘러 강화했다”며 “삼성 의존도를 낮추고 부품 생산 업체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