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3기통? 그래서 더 특별해…BMW 1시리즈!

지난 달 20일, 독일 마이자흐 비행장 자리에 신설된 BMW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BMW가 현재 개발 중이라는 `1시리즈` 해치백을 시승했다. 독일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신형 1시리즈들과 딱히 달라 보이는 것은 없지만 보닛 안쪽에 숨겨진 심장이 특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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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위해 준비된 차는 외관상 빨간색 BMW `118i`였다. 1시리즈 중에서도 `스포츠라인`이라 세부 사양들에서 역동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손으로 쥐었을 때 두툼한 느낌을 주는 `BMW M`의 운전대 뒤로는 변속 패들이 달렸고, 스포티한 형상의 검은색 시트를 가로지르는 빨간색 바느질이 눈길을 끌었다. 전체적으로는 형님들과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았고, 사양도 고급스러워서 `소형차`같지 않았다. 그런데 이 차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운전석 앞에 달린 소화기와 컵홀더에 박힌 비상정지 스위치였다. 개발 중인 엔진을 얹은 만큼,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BMW 118i는 1.6ℓ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170마력의 힘을 낸다.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HPI` `밸브트로닉` `더블 바노스` 등 BMW 엔진 기술을 상징하는 내용들이 집약된 `BMW 트윈파워 터보`를 통해 이전보다 성능은 높아지고 연료소모는 줄어든 신형 엔진이다. 그런데 시승차에 얹힌 것은 118i의 엔진이 아니었다. 배기량은 1.5ℓ로 줄었고, 실린더도 하나를 덜어낸 3기통이었다. BMW가 1~2년 내에 도입을 시작할 새 엔진 패밀리의 첫 타자가 바로 이 차에 얹혀있었다.

아무리 소형차라지만 BMW가 3기통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BMW 엔지니어들은 그런 우려를 덜기 위해 밸런스 샤프트로 진동과 소음을 줄였고, 정평 난 BMW 직렬 6기통 엔진의 장점을 공유했다. 6기통을 절반으로 나눈 것이 3기통이기 때문에 기존 4기통보다는 오히려 6기통에 가까운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모노스크롤 터보이면서도 4기통 트윈스크롤 터보보다 빠른 응답성능이 그렇고, `소리`가 그렇다. 시승차는 외부에서 들었을 때 움찔 놀랄 만큼 박력 있는 가속 사운드를 자랑했다.

시승차에 탑재된 1.5ℓ 3기통 엔진은 지금의 1.6ℓ 4기통보다 10마력 이상 높은 출력과 10% 내외로 향상된 연비를 자랑하고 있다. 이 엔진의 실린더 1개당 배기량은 이상적인 수치로 알려진 `0.5ℓ`에 들어맞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엔진과 동일한 실린더를 모듈처럼 쓰는 2.0ℓ 4기통 엔진과 3.0ℓ 6기통 엔진이 새로 나올 예정이다. 이들은 가솔린 뿐 아니라 디젤에서도 같은 공식으로 서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앞바퀴 굴림 차량과 뒷바퀴 굴림 차량에 모두 얹힐 수 있도록 유연한 구조를 갖는다. 이를 통해 생산되는 엔진의 종류를 수요에 따라 발 빠르게 조절할 수 있게 되며, 각 시장의 요구에 맞는 신제품을 내놓기도 쉬워진다.

활주로 한편에 마련된 테스트 코스에서 타본 새 심장의 BMW 1시리즈는 차의 등급이 헛갈릴 만큼 빠르고 박력 넘쳤다. 공회전이나 낮은 부하 상태에서의 소음이 디젤차를 연상시키는 것 외에는 단점을 찾기 어려웠다. 시승차는 후륜구동이었고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4기통과 6기통, 그리고 디젤 등 BMW의 새 엔진 패밀리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우선 먼저 등장할 미니(MINI)나 `1시리즈 GT(가칭)` 등 BMW그룹의 앞바퀴 굴림 소형차들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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