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을 정보기술(IT) 관련 행사나 기자간담회에서 몇 번 보았다. 항상 온화한 표정이지만, 기자들 앞에서 말실수 한 번 하지 않는 `모범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노벨 CEO를 거쳐 작은 벤처 기업 구글을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키워냈다. 항상 모범생이었을 것 같은 슈미트 회장이 최근 방한해 가진 연세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젊은 학생들 앞이어서 그랬을까. 대학 시절 수업도 며칠간 완전히 빠져가며 `벤처`라는 게임에 몰두했다는 추억을 얘기했다. 당시 그는 전산학 전공 학생이었다. 다른 많은 학생처럼 그 역시 컴퓨터와 게임에 몰두하던 당시 문화의 일부였다.
슈미트 회장은 “당시 컴퓨터는 작은 분야였지만 나는 프로그래밍이 너무 좋았고 정말 열심히 했다”고 회고했다. 자신은 아직도 그때의 자신와 같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프로그래밍이나 게임 같은 분야에 빠진 수많은 `젊은 에릭 슈미트`들이 오늘날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시대를 연 주역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지식 기반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들이 새롭고 낯선 분야에 한창 빠져있을 때 기성세대가 “게임은 유해하다” “컴퓨터 같은 사소한 분야에 가서 뭐하겠느냐”며 가로막았다면 오늘날의 스마트 시대가 가능했을까.
슈미트 회장은 “대부분 어른들은 젊은 세대의 행동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성세대는 젊은이가 인터넷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을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연결된 현대의 삶에 충실한 것은 오히려 젊은 세대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미래의 가능성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을까. 밤 12시가 넘으면 스마트폰 게임도 못하게 막겠다는 어른들의 선의가 젊은 세대의 미래를 도리어 고사하지 않을까.
CEO가 되고 싶다는 학생에게 슈미트 회장이 한 충고는 “CEO가 되려 하지 말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젊고 재능이 있다면 창업해 세상을 바꾸라고 격려했다.
지금 이해하지 못할 일이더라도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 게임도 못하게 막으며 입시 공부만 열심히 시키는 것보다 자녀의 미래에 더 좋지 않을까.
한세희 콘텐츠산업부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