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녹색성장, 정권 넘어 지속돼야 한다

기후변화는 일시적 현상인가, 과학적 사실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기후변화가 일시적 현상이라면 탄소배출 규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도 일시적 해프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대비는 우리의 생존 차원에서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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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이번 여름도 몹시 덥고 길었다. 네 차례의 태풍도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기온이 1.5도 상승했고 해수면도 22㎝나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100만년간 대기온도와 탄산가스 함유량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남극 빙하에 그 비밀이 간직돼 있다. 남극에는 매년 새로운 얼음이 나이테처럼 쌓인다. 빙하에서 얼음기둥을 나이테처럼 채취하면 그 속에 들어 있는 공기로 그 시점의 대기온도와 탄산가스의 함유량을 측정할 수 있다.

이 결과에 의하면 빙하기가 10만년 정도의 주기로 찾아 왔고 간빙기와의 최고 온도 차이는 섭씨 6도 정도였다. 6도의 온도차이가 빙하기를 결정하였다는 것이 놀랍다. 열탕과 온탕의 온도차이가 4도인 것을 생각하면 실감이 난다.

탄산가스 함유량과 지구의 온도는 마치 하나의 그림처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도 탄산가스의 함유량이 변화했다. 그러나 한번도 300PPM을 초과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현재의 탄산가스 함유량은 380PPM에 도달하였고,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2100년에는 1000PPM에 도달하게 된다. 지구가 경험한 간빙기 최고 온도 보다 6도 더 올라가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 현상은 결코 주기적 변화 수준이 아니기에 기후변화는 과학적 사실이라고 믿어진다.

2015년까지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탄산가스 감축의 새 질서가 채택되면 기후변화에 대응한 국제적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문제에 장기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오히려 경제성장의 기회로 승화하자는 녹색성장의 개념은 지속돼야 할 국가적 숙제다. 또 정부출범 이래 국제사회에서 한 가지 테마로 인정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성과로 조만간 국내에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생성장연구소(GGGI)가 공식 출범한다.

모든 관심이 대선에 집중되는 계절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이 과정을 통해 소외된 계층, 잊혀졌던 사회의 아픔이 새로운 해법을 찾는 민주주의가 주는 선물이다. 그러나 정권을 넘어서 간직해야 할 것이 있다. 녹색성장은 어느 정권에서나 간직해야 할 국민의 생존기반이다. 변화를 외치는 만큼 간직해야 할 것도 외쳐야 할 이유이다.

이재규 KAIST 경영대학 교수 jolee3683@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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