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도 4개월이 넘었다. 이 개정법은 역대 유례가 없을 만큼 적극적이고 혁명적인 조치다. 이는 대기업과 제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이 국부 창출에는 성공했으나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지나 지식산업으로 나아가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SW산업만이라도 시급히 조치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정부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애플과 삼성의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보다시피 SW처럼 무형의 재산권은 치명적인 자산이 될 수 있기에 정부의 조치는 그 선각자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현재 이슈는 △대기업이 계속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예외조항 확정 △경험 있는 전문가들이 프로젝트관리조직(PMO) 제도를 이용해 사업을 계획 및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제안요청서(RFP) 상세화로 사업 수행 시 일어날 수 있는 시빗거리를 사전에 문서화하는 방안 마련 등이다. 시행령 입법예고를 앞두고 해당 관계자들의 생각이 첨예하게 갈리고 열기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예외조항을 두고 일부 대기업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듯하자 입법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중소기업 측의 주장이 강력해지고 있다. 급기야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해서 전자정부사업을 대기업 참여 금지에서 예외로 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러면 입법 취지는 실종되고 만다.
법 시행을 앞두고 논쟁이 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논쟁이 법 제정 이전에 이뤄지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이번 개정 SW산업진흥법이 SW산업에 전환기가 될 수 있음은 확실하다. 뭔가 `생산적인 논쟁`을 거쳐 제도를 개선하고 생태계를 건전하게 구축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시행령에 포함된 PMO 제도 활성화를 두고 행정안전부는 본사업 전에 PMO사업을 발주하는 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책임 회피용 안전장치가 아닌지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편으로 PMO 제도가 정착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PMO 제도는 수행하려는 프로젝트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 수행사와 발주자를 조정하고 중심을 잡는 균형감각을 가지되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수행 관리를 공정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위험관리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그러나 이들 당면과제보다 더 해결이 시급한 근본 문제가 있다. 기존 SW산업진흥법이 SW를 비롯한 지식산업 성장의 기반이 되고 거래의 공정성과 경제정의를 구현할 수 있었다면 이처럼 강력한 개정법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법 시행에 앞서 거래 지위의 차이에서 일어나는 불공정행위를 근절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제안요청서나 기타 지식자산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취하고 사업을 수주한 뒤에도 상습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시스템통합(SI) 기업의 행태를 바로잡지 않으면 대기업이 빠진 시장을 중견 SI기업이 더 어지럽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개정법으로 공생발전을 이뤄 지식경제 생태계로 탈바꿈할 수 있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번 개정법에 담겨 있는 SW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각오는 중소, 중견기업에는 무언의 존경 대상이 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태어난 혁명적이고 담대한 조치가 한낱 대기업의 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고 역사적 업적으로 칭송받으려면 정부와 시장 구성원이 이를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SW산업 동력으로 만들도록 힘써야 한다.
이영상 데이터스트림즈 대표 yslee@datastream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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