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요즘 찬밥 신세다.
한때 국가 성장동력의 중추로 각광받던 벤처가 이처럼 철지난 유행가 가사처럼 전락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직접적으로는 너무 많아져서다.
올해만 약 2000개가 늘어 연말 국내 벤처 수가 2만8000개에 이른다고 하니 그야말로 `차이는 게 벤처`인 상황이다.
물론 생태계 속에 중간 도태되는 기업도 있을 테고 그중 0.001%는 대성공을 거둬 초대형 기업으로 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벤처기업을 남발하는 시스템으로는 정말 벤처다운 벤처를 가려낼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벤처다운 벤처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은 벤처 생태계 전체에 해악만 줄 뿐이다.
무늬만 벤처인 채 확인을 얻어낸 기업이나 이미 벤처기업으로 뛰는 기업이나 벤처 확인을 받으려는 기업 모두에 불이익을 준다.
지금은 창조적 아이디어와 첨단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받아야 할 지원을 애먼 일반 기업이 빼앗는 것을 방관하는 구조다.
특히 성장통을 겪고 궤도에 올라선 벤처가 진정한 성장여력을 가진 후진 기업에 재투자하는 건강한 벤처 생태계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제까지 펼쳐온 벤처정책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조건 벤처육성만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계승할 것은 계승하되 손질할 것은 확실히 손질해야 한다.
`벤처기업`이라는 명칭 자체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벤처라는 명칭 자체가 지식·창의시대의 기업 형태와 맞지 않을 뿐더러 미래 성장산업의 요구를 다 내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벤처` 제도 종합 진단과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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