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공부하라는 어머니 잔소리가 듣기 싫은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어떻게 하면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정답은 간단하다. 공부하면 된다. 이처럼 각자 위치에 맞게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남편이 아내를 두고 한눈을 팔 때, 아내가 남편을 두고 한눈을 팔 때도 손가락질 받는다. 누구라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할 때 비판받곤 한다. 개인이 아닌 기관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접시안테나 없는 위성방송(DCS), 지상파 재송신 등 방송 현안을 제때 해결하지 못해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DCS 문제는 몇 개월을 끌다가 해결(?)했지만 재송신 문제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가입자당 요금(CPS) 갈등은 올해도 재발했다. 재송신 문제는 DCS보다 더욱 많은 시청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몇 달 전에는 SBS와 KT스카이라이프가 CPS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방송 중단 직전까지 갔다. 지상파 3사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 지상파 방송 중단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사업자 간 갈등은 있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없는 곳은 없다. 문제는 애꿎은 시청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사업자 간 갈등은 방통위가 나서서 `방송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사전에 철저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약한` 방통위로는 안 된다.
이달 초 지상파 3사는 MSO와 재송신 협상이 잘 안 되자 바로 소송을 걸었다. 담당기관인 방통위가 아닌 법원으로 갔다. 방송사업자 간 갈등을 방통위가 조율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행동이다. 이는 방통위의 약한 존재감을 잘 드러낸다.
방통위는 시청자를 최우선시하면서 방송사업자 간 갈등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의 핵심인 CPS 280원의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 의무재송신 범위, 방송사업자의 갈등이 `방송 중단`으로 가지 못하도록 사전규제 항목 신설 등 재송신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권위가 떨어져 고민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방통위의 고민 해결법은 간단하다. 국민이 더욱 풍요로운 방송통신 융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방통위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방통위 홈페이지에 `방통위의 설립 목적과 취지` 항목에 정답이 자세히 나와 있다.
전지연 통신방송산업부 now21@etnews.com